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을 받는 삼성전자 전 수석연구원 오모씨가 지난 1월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오씨는 27일 중국 청두가오전 대표 최씨와 함께 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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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4000억원 상당을 투자받아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전자 복제 공장’을 지으려 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됐던 최모(66)씨가 27일 국가핵심기술인 삼성전자 D램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또 다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안동건)는 지난 10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가 구속 송치한 중국 반도체 회사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씨와 개발실장 오모(60)씨 등 2명을 이날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씨는 약 30년간 삼성전자 임원, 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내며 ‘국내 반도체의 전설’ ‘수율의 달인’ 등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2009년엔 산업훈장도 받았다. 오씨는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수석연구원 출신이다.
검찰과 경찰은 이들이 삼성전자가 4조원을 들여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코드명 ‘볼츠만’을 중국 정부와의 합작사인 청두가오전으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청두가오전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도 통상 4~5년이 소요되는 D램 반도체 공정기술을 불과 1년 6개월 만에 개발해 중국에서 두번째로 D램 시범 웨이퍼를 생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종 양산에 성공할 경우 피해액이 최소 수십조 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며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수사당국이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시안 메모리반도체 공장. 최씨는 여기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 반도체 복제 공장' 건설을 추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진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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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최씨는 2018~2019년 삼성전자 설계도면과 기초공정데이터(BED) 등을 부정 취득해 중국에 공장을 통째로 복제하려 한 혐의로도 지난해 6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수원지검은 최씨가 중국 시안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 똑같은 공장을 짓기 위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만 폭스콘이 최씨에게 약정했던 8조원 투자가 최종 무산되며 공장 설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복제 공장’ 혐의는 현재 수원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최씨는 구속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보석금 500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오씨는 올 1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실적·법리적 측면을 다투고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하지만 결국 지난 5일 최씨와 함께 구속됐다.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최씨가 860억원 가량의 회사 지분, 18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이 돈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해 이를 범죄 혐의에 추가했다. 청두가오전 법인 역시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실행한 혐의로 기소했다. 중국 회사지만 형사 책임은 대표이사인 최씨에 있는 만큼 한국에서 재판이 가능하다.
청두가오전은 중국 청두시가 지분 약 58%, 최씨가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반도체 컨설팅 회사 북경 ‘진세미’가 약 24%, 사모펀드가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최씨 지분 860억원은 북경 진세미 지분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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