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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日 자민당 새 총재에 '5수' 이시바…'탈 아베'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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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의 반란’이 성공했다. 일본 자민당의 아웃사이더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간사장이 27일 자민당 새 총재에 당선됐다. 자민당 총재 선거 다섯번만의 도전 끝에 승리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오는 10월 1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표결을 거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뒤를 잇는 102대 총리로 선출된다. 오랜 기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2022) 전 총리의 정적으로 당내 비주류의 길을 걸었던 그가 정치자금 스캔들로 벼랑 끝에 놓인 자민당을 이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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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도쿄 자민당사에서 열린 총재 선거에서 신임 총재로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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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신임 총재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도쿄 자민당사 연단에 올라 2012년 아베 전 총리가 민주당에 뺏겼던 정권을 탈환했던 당시를 꺼내며 “자유롭고 활발한 논의가 가능한 자민당, 공평·공정한 자민당, 겸허한 자민당으로, 모두가 마음이 하나가 돼 정권 탈환을 했다”고 말했다. 이시바는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가자”며 “일본을 한 번 더 모두가 웃는 얼굴로 살도록, 안전하고 안심하는 나라가 되도록 전심전력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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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번 총재 선거도 이시바에겐 순탄치 않았다. 사상 최대 인원으로 꼽히는 9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치러진 이날 1차 투표에서 이시바 164표를 얻어 ‘여자 아베’로 불리는 극우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181표) 경제안보담당상에게 뒤진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특히 동료 의원 표가 극명히 갈렸는데, 이시바는 46표를 받은 데 반해 다카이치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72표를 얻었다.

그러나 결선에선 이시바는 총 215표를 얻어 다카이치를 21표 차이로 따돌렸다. 자민당 내 유일한 파벌(54명)을 유지하고 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다카이치를 지원 사격했으나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몇몇 일본 언론은 이번 선거가 ‘나쁜 후보 골라내기’라고 지적했다. 이시바의 강점 덕에 승리한 게 아니라 경쟁 후보들의 약점 때문에 이시바가 선택받았다는 뜻이다.

결선 투표에서 향후 총선을 염두에 둔 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공언하는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의 당선을 바라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개선된 일·한 관계가 손상돼 일·미·한 연계에 금이 가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온한 움직임에 유효한 대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 지지 세력의 움직임에 브레이크가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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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자민당사에서 27일 치러진 신임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EPA·지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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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의 당선으로 지난 1년여간 '셔틀외교' 재개와 함께 개선을 이룬 한·일 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시바는 특히 역사 문제와 관련해선 아베 전 총리와 시각을 달리해왔다. 그는 최근 출간한 『보수정치가,이시바 시게루』에서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9년 블로그에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고 적었다.

박홍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시바는 과거 한국과의 역사 문제에서 전향적·친화적 발언을 많이 해 왔다”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전개된 개선된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내년에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양국 관계에도 큰 변함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간 한·일 정상 간 굳건한 신뢰 및 소통을 기반으로 한일관계가 개선·발전해 나온 바, 신임 총리와도 활발히 교류를 이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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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당선되자 27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신임 총재 등장을 알리는 호외가 뿌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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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이시바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하지 않았지만, 독도 문제에 대해선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다. 또한 방위상을 지낸 그는 자위대의 헌법 명기와 헌법 개정을 숙원으로 꼽고 있다. 개헌 논의가 진전된다면 동아시아 각국 관계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경계감을 가질 수 있는 주제도 있다.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재일 미군에 대한 일본에서의 법적 지위를 담은 미·일지위협정 개정 등이 그렇다. 그의 아시아판 나토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문제와 맞물려 논란이 될 수 있다. 미·일지위협정은 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현의 요청은 강한 반면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실현은 쉽지 않다.

당면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내 기반이 불안정한 그는 주요 각료(장관)와 당직 인사를 통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실시된 국민 여론조사에선 차기 총리 선두에 올랐지만, 정작 동료 의원들의 큰 지지를 얻지 못했었다. 나가타초(永田町)로 불리는 일본 정치 중심지에서 그는 홀로 도시락을 먹으며 정책 공부를 하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다음 주 초 발표될 각료 명단은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시바에겐 첫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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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이자 자민당 총재의 뒤를 이를 신임 총재에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27일 선출됐다. 기시다 총리와 이시바 신임 총재가 맞잡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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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최대 과제는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다. 이시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당 의원들과 함께 논전을 나눈 뒤에 판단할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판단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민당에선 올해 안에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 통합과 쇄신도 과제다. 정치자금 스캔들로 국민 신뢰를 잃은 자민당을 쇄신하지 못하면 추락한 지지율 회복이 어려워져, 조기 총선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시바 입장에선 연립정당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된 의원 문제에 대해 “선거대책본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당선 가능성을 포함해 연루 의원 설명 책임 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선거에서 맞붙었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과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등 8명의 경쟁자를 기용할지에 대해선 “인사에 대해선 아직 백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함께 싸운 분들을 가장 적합한 역할을 맡도록 부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오누키 도모코·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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