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5' 출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키워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5 트렌드코리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09.25. pak7130@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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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모든 전제를 원점으로 되돌려라.'
"고등학교가 주요 무대인 웹툰 원작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오픈채팅방에는 ‘선재앓이’ 중인 수백 명이 모여 대화를 나눈다.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한참 동안 드라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따금 각자의 일상이 드러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학교 과제에 쫓기는 대학생, 몰아보기를 좋아하는 직장인 등…. 연령도 직업도 지역도 다르지만 드라마를 매개로 전 세대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개인의 취향이 ‘30대’·‘여성’·‘직장인’과 같은 집단적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오늘날의 일상이다. 이뿐만 아니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50대 부장님, 스마트스토어로 용돈을 버는 고등학생, 주말의 풋살 경기만 기다리는 30대 여성, 유튜브의 추천 제품을 구매하러 다이소에 가는 자산가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령·성별·직업 등을 통해 떠올리는 특정 집단의 전형성이 옅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나잇값을 한다”거나 “남성/여성스럽다”는 식의 수식어는 옛말이 됐다."(132쪽)
최근 '트렌드 코리아 2025'를 펴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는 자기가 살아온 경험, 나이, 성별 등에 맞춰 이뤄졌기에 어린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고 여성들이 예쁜 걸 좋아한다는 식의 선입견, 고정관념이 과거에 있었는데 무너졌다"며 "집단의 차이가 줄어들고 개인의 차이가 커진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사회적 흐름을 '옴니보어(Omnivores)'라는 키워드로 분석했다. 옴니보어는 '잡식성'을 뜻하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둔다는 의미도 가졌다. 그는 이 키워드를 확장해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로 명명했다.
그는 "소비 스타일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전용성에 해당하지 않고 취향껏 소비하는 사람이 옴니보어"라며 "이 시대의 옴니보어 소비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취향은 본 제품보다 작은 디테일에서 좌우되는 일이 많아졌다. 인기 요거트 아이스크림 경우 과일부터 견과류까지 각종 옵션을 추가하는 방식을 도입해 인기를 끌었다. 취향에 따라 메뉴를 구성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착용감이 좋고 편한 신발인 '크록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못생긴 신발"이라는 인식을 지우고 개성을 드러내 인기를 얻었던 비결이 '지비츠(크록스 신발 구멍에 끼우는 액세서리)'였기 때문이다. 정해진 틀 없이 좋아하는 액세서리를 원하는 위치에 부착하면 되는 특성 탓에 개성과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셈이다.
똑같은 것은 싫다. 개성이 드러나는 나만의 소비를 추구한다. '하늘 아래 같은 상품은 없다'는 명제를 교리처럼 따르는 신인류가 나타났다. 손댈 데 없는 완벽한 상품은 재미없고, 내 손길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는 미완의 상품이 좋다.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보다는 취향대로 조립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소비를 통해 '나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180쪽)
김 교수는 피자에 토핑을 얹어 먹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런 현상을 '토핑경제(All About the Toppings)'라고 불렀다.
그는 "'나에게 맞춘 세상, 나만을 위한 상품을 갖고 싶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모듈형 제품, 앞으로 토핑을 계속 얹을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트렌드 코리아 2025(사진=미래의창 제공) 2024.09.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토핑경제를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김 교수는 평생 소비 연구를 통해 느꼈던 점도 강조했다. "소비는 동조와 차별화의 영원한 싸움입니다. 모순된 욕망이지만 어떻게 엮이느냐에 따라 트렌드가 바뀌고 생깁니다. 토핑은 나만의 것이어야 좋겠죠."
"지지부진한 침체가 계속되는 시기의 트렌드는 어떨까? 변동성이 강한 해에는 트렌드의 방향성이 위든 아래든 명확하다. ‘머니러시(2022년)’처럼 전 국민이 투자의 열기에 들뜨거나, ‘오피스빅뱅(2023)’처럼 조직문화가 근본부터 바뀐다. 그러니 우리도 ‘거침없이 피보팅(2021)’ 하며 대담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답답하게 정체가 계속되며 내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은 시기에는, ‘현재’의 ‘자잘한’ 움직임이 중요해진다. 그렇다고 트렌드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나 인구구조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트렌드의 도도한 변화는 계속된다."(10쪽)
내년은 뱀의 해,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제시한 2025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Savoring a Bit of Everything: Omnivores 옴니보어
소비의 전형성이 무너진다. 집단의 차이는 줄고, 개인의 차이는 늘고 있다. 옴니보어는 원래 ‘잡식성雜食性’이라는 의미지만, 파생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옴니보어 소비 현상은 나이와 성별, 소득, 인종에 따른 경계와 구분을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고정관념이 사라진 시대, 모든 전제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Nothing Out of the Ordinary: Very Ordinary Day #아보하
불행한 것은 싫지만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다. 험한 세상, 오늘 하루 무사히 넘어간 것에 감사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라는 마음. 특별히 좋은 일이 없어도, 행복한 일이 찾아오지 않아도, 안온한 일상에 만족한다. #아보하. 대한민국 행복 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All About the Toppings 토핑경제
같은 도우라도 토핑이 다르면 이름과 가격이 달라진다. 같은 신발, 같은 가방이라도 무엇으로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것이 된다. 토핑경제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당신의 상품은 아직 미완성이다. 고객이 토핑을 더해줄 때까지는.Keeping It Human: Face Tech 페이스테크
누구나 먼저 얼굴을 본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무생물인 기계에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며, 사용자마다 각자의 얼굴을 만들어주는 ‘페이스테크’가 뜬다. 생성형 AI 만능시대, 앞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최대한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기업과 상품이 선택받을 것이다.Embracing Harmlessness 무해력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롭지 않고, 그래서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며,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방이 나를 공격해오는 것만 같은 험한 세상, 작고 귀엽고 연약한 존재는 그 자체로 힘을 갖는다. 무해하기 때문에 가지는 힘, 즉 ‘무해력’이다.Shifting Gradation of Korean Culture 그라데이션K
단군의 자손, 단일민족, 단일문화의 개념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외국인 인구 비중이 5%에 육박하는 한국은 이제 ‘다문화 국가’다. K-팝, K-푸드, K-드라마 열풍 속에서 “진정으로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찾기 쉽지 않다. 세계화와 로컬화가 서로 빠르게 섞이면서 지금 K는 0과 1사이에서 그라데이션이 진행중이다.Experienc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 물성매력
디지털이 아무리 발달하고 AI 로봇이 우리의 일상이 된다고 해도, 우리는 엄연히 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한다. 콘텐츠와 브랜드, 기술이 발달할수록 소비자들은 체화된 물성으로 경험하고자 하며, 그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한다. 지금, 당신의 상품에는 물성의 매력이 필요하다.Need for Climate Sensitivity 기후감수성
역대급 무더위가 삼켜버린 2024 대한민국. 기후변화의 문제는 언젠가 다가올 수도 있는 미래가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할 ‘현존하는 위험’으로 급부상했다. 기후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후감수성’은 이제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뜨거워진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덕목이다.Strategy of Coevolution 공진화 전략
상생을 도모하는 자연 생태계의 공진화에 비즈니스의 해결책이 숨어있다. 상호연결성이 높아진 오늘날의 경제에서는 업종은 물론이고 다른 산업과도 긴밀한 연계를 통해 공동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하고, 애플은 오픈AI와 손을 잡는다. 적과 나를 구분하지 않는 상생의 진화 전략. 공진화에 주목하라.Everyone Has Their Own Strengths: One-Point-Up 원포인트업
요즘 직장인들은 위대한 인물을 롤모델 삼아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며 조금씩 성취감을 쌓아가고자 한다. 이처럼 지금 도달 가능한 한 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원포인트업’이다. 1퍼센트의 변화면 충분하다. 지금 나만의 밸류업을 시작하자.☞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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