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로 침체한 비(比)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신축매입임대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비아파트 수요가 얼어붙어 수익을 내기 어려운 민간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매입약정 신청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사업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신축매입임대 목표 물량 확보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주택 정책 확대로 인해 LH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업이 주택 시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안정적 재원 마련과 속도감 있는 정책 실행이 모두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공공 신축매입 약정 신청 건수는 12만5000가구 규모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7월 말 7만7000가구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2개월 만에 4만8000가구가량 늘어난 셈이다. 신청 물량 가운데 현재 약 3만5000가구가 심의를 통과했다.
비아파트 신축매입임대는 정부의 8·8대책에 포함된 대책으로,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한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단기간 공급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는 아파트 대신 비아파트 공급을 늘려 주거사다리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LH는 내년까지 2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도권 신축 비아파트를 11만 가구 이상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단 목표다. 서울은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해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위축된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에 나선다.
매입 대상은 교통이 편리하고, 생활 인프라가 구비된 지역에 신축되는 빌라, 오피스텔, 소규모 단지 내 아파트 등이다.
정부는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빨리 공급할 수 있어 전월세난 및 전세사기 등 주거 불안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LH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기존 4팀 87명에서 9팀 200명으로 관련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또 수도권 본부별로 매입약정지원팀과 조기착공지원TF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매입신청 접수부터 향후 준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보다 9개월가량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속도전이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LH 자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연초 계획한 것보다 물량을 대폭 확대해 내년까지 11만 가구 이상 대대적인 공급에 나서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LH '2024~2028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현재 LH 부채는 약 153조원, 부채비율은 218%다. LH는 2028년 기준 부채가 236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LH는 △장기 미매각 재고·유휴자산 매각 촉진 등 유동성 확보 △사업성 악화 지구 중점 관리 △토지이용계획 효율화를 통한 수익기반 확대 △임대료체계 개선 등 임대손익 관리 △신종자본증권 발행 관련 정부 협의 등 재무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 사업이 실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결국 재원과 함께 임대주택의 질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관리비용이나 사후 처리비용 등이 만만치 않고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적은 상황이라 매입이 진행될 수록 LH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지원단가를 현실화하고, LH의 재무 개선을 위한 부채비율 확대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너무 숫자에 집중해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오히려 임대주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수요자가 원하는 위치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김윤섭 기자 angks67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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