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생들 대부분 2학기도 수업 거부
내년 유급생·신입생 몰리는데 정부 눈치만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전국 주요 의대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낸 학생은 극소수로 파악됐다. 대학들은 구체적인 구체적인 등록률은 언급을 삼가면서도 대부분 "소수만 등록했다", "0명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3월20일 경기도 수원 장안구 성균관 의대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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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조소현·황지향·김시형·이윤경 기자] "정부에 물어야죠. 학교가 능동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2학기 개강에도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유급되면 내년에는 증원된 신입생과 함께 무려 약 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대학들은 집단유급 사태를 우려하면서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전국 주요 의대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낸 학생은 극소수로 파악됐다. 대학들은 구체적인 등록률은 언급을 삼가면서도 대부분 "소수만 등록했다", "0명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의대생 집단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 '의대생 달래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교육부는 올해 교육과정 및 평가 운영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학기제 대신 학년제로 전환할 경우 성적 처리 기한은 1학기 말이 아닌 학년도 말인 내년 2월 말로 연기된다. 올해에 한해 일부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도 유급되지 않도록 하는 특례 조치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들은 일단 등록기간을 연장하거나 추가 등록기간을 뒀다. 2학기 등록금은 통상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수납하지만 기간을 연장해 뒤늦게라도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등록금 납부기간을 연장·연기하는 이유는 학칙에 있는 '미등록 제적' 조항 때문이다. 총장의 휴학 허가를 받지 않고 소정의 기간 내 등록하지 않은 학생은 제적된다.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집단휴학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2학기 등록기간을 늦춰서라도 이들의 대규모 제적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다.
중앙대 의대 관계자는 "개강은 10월1일에 하지만 등록기간 자체는 12월에서 내년 1월 사이로 정했다"며 "수업은 열려 있으니 학생들은 언제든 (수업에) 들어오면 된다"고 말했다. 경희대 의대도 등록기간을 12월 말까지 연장했으며, 건국대 의대도 추가 등록기간을 두기로 했다.
의대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2학기 출석률은 2.8%다. 재적생 1만9374명 중 실제 출석한 학생들은 548명에 그쳤다.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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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의대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2학기 출석률은 2.8%다. 재적생 1만9374명 중 실제 출석한 학생들은 548명에 그쳤다. 지난 7월 기준 의대생들의 1학기 출석률도 2.7%에 불과했다.
2학기에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집단유급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내년도 입학생과 올해 유급생이 동시에 수업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올해 유급생은 기존 의대 입학정원이었던 3018명, 내년도 입학생은 기존 입학정원(3018명)에 증원된 인원(1469명)을 더한 4487명이다. 내년 약 7500명이 동시에 예과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 셈이다. 이들은 의대 재학 기간과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의 수련기간까지 도합 11년을 함께 보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의학교육의 질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교육 여건으로는 늘어난 정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지난 5월 의대 교수 10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 시 교육 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의대 교수의 95%가 건물과 시설, 교수, 교육병원, 전체역량 등 5개 문항에서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입학과 진급에 맞춰 학교 강의실 등 건물이 적절하게 준비될 수 없다", "학교의 시뮬레이션 센터와 의학 기자재 등 시설도 준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부학 실습에 사용되는 카데바(해부용 시신)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대에서 해부학 수업은 필수인데 현재도 카데바가 부족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증원이 이뤄진다면 부족한 카데바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학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 의대 관계자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다른 학교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 의대 관계자는 "지금 당장 문제는 없을 지라도 (의정 갈등 사태가) 그대로 간다면 내년 1학년 학생들이 2배가 돼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한 학년을 두 배로 교육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어떻게 수업을 운영할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나올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국립 의대 관계자도 "총체적 난국이다. 능동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내년 일정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는데 학교는 정부의 방향과 학생들 움직임에 따라서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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