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처벌법에 '알면서' 문구 넣었다 하루 만에 삭제
여론 의식해 속전속결 법안 처리…졸속 입법 비판 계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2024년도 국정감사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2024.9.2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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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미흡하고 다음에 추가 개정을 하더라도 오늘 통과시켰으면 좋겠다는 분들 손들어 보세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5일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처벌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논의하며 한 말이다.
법사위는 '허위영상물임을 '알면서' 시청하면 처벌한다'고 법안을 수정했다가 하루 만에 '알면서'를 다시 빼는 촌극을 벌였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시청하고도 몰랐다고 하면 처벌받지 않는 것이냐'는 비판이 커지자 부랴부랴 본회의에 수정안을 올린 것이다.
법사위에서 '알면서'를 꼭 넣어야 한다던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올라오자 침묵을 지켰다. 하루 만에 생각이 바뀐 것인지 여론 눈치를 본 것인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하루 만에 법안 문구를 바꿀 정도로 여론을 의식한다면, 국민 60%가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고 할 정도로 싸늘한 민심도 의식해야 하지 않을까.
"'알면서'라는 용어는 법사위에서 꼭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건태 민주당 의원)""
'알면서'라는 고의성을 분명하게 집어넣어 줘야 한다(김용민 민주당 의원)"
"'알면서'를 넣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지금 법사위는 탄핵 소추 청문회 같은 정쟁에 몰두하느라 법안 처리는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딥페이크 처벌법 심사 과정에서도 '시간이 없다'는 발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
국회가 졸속 입법으로 비판받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5년 '김영란법'으로 불리던 청탁금지법은 본회의를 통과한 지 하루 만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도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조항만 있고 처벌 규정은 없다며 입법 미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도 여론을 의식해 급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운전자 과실이 없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논란만 커졌고 정작 교통사고 감소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정인이법' 역시 속전속결로 처리된 법안이다. 2021년 사건이 방송되자 법안이 쏟아졌다. 방송 이후 법안이 법사위 소위와 전체 회의,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6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임대차 3법, 타다금지법 등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다" 의원들이 평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의원들 개개인이 국민을 대표해 책임감을 가지고 입법 활동을 하라는 의미다.
국회의원은 매년 1억5700만원의 세비를 받는다. 지난 추석에는 명절휴가비로 424만7940만원도 지급됐다. 국회의원 300명은 세비가 아깝지 않게 저마다 헌법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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