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식 어류 생산량 전년 대비 12%↓…"수온 높아 대량 폐사"
국립수산과학원, 맞춤 품종 개량·대체 어종 개발 '잰걸음'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광어(넙치)는 쫄깃한 횟감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미만큼이나 씹는 맛이 좋다.
제주 광어회 |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는 데다 기름기가 많은 지느러미 부위는 고소한 맛까지 일품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횟감'으로 불린다.
한때 겨울이 제철인 고급 어종으로 매우 비싼 몸값을 자랑했지만, 1986년 제주에서 처음 광어 양식이 성공하면서 사시사철 맛 볼 수 있게 됐다.
제주는 청정한 환경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국내 양식광어의 50% 이상을 생산한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제주 양식광어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았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29일 국립수산과학원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양식 어류 생산량은 약 8만t으로 전년 9만1천t과 비교해 12%(1만1천t) 줄어들었다.
수산과학원은 고수온과 질병 피해 등으로 광어와 우럭 등 양식 비중이 높은 어종이 대량 폐사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수온으로 폐사한 넙치 |
광어 양식 적정 수온은 21∼25도인데 여름철 육상 양식장이 끌어다 쓰는 바닷물 온도가 광어 서식 한계 수온인 28도를 넘나들면서 용존산소 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으로 대량 폐사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고수온 특보는 2017년 관련 특보 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늦은 시기인 9월 22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사정이 나빠졌다.
제주 앞바다는 지난 7월 31일 고수온 경보가 발표된 후 6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뜨거운 바닷물로 인해 지난 26일까지 제주지역 73개 양식장에서 광어 149만9천 마리가 폐사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전체 피해 규모(57곳·93만1천마리)를 넘어선 수치다.
고수온에 강한 참조기 |
양식 참조기 대량생산 현장 연구 |
여름철 고수온 현상이 더 오래, 더 강도 높게 찾아와 양식 수산물 폐사가 잇따르자 수온 상승에도 잘 버틸 수 있는 어종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2021년부터 고수온 등 환경 변화에 강한 참조기를 미래 양식 품종으로 선정하고 특화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양식 광어 생산성 저하와 품종 다변화 필요성 등 제주지역 양식업계가 맞닥뜨린 주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참조기가 생존할 수 있는 수온 범위는 31도 내외로, 기존 양식 광어보다 버틸 수 있는 수온이 높아 기후변화에 더 적합한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수산과학원은 지난해 95% 넘는 비율로 암컷 참조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제주시 조천읍과 성산읍 광어 육상 양식장 각 1곳에 참조기 치어 10만마리씩을 분양해 대량생산을 위한 현장 연구를 하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분양한 참조기 치어 중 1년 후 무게 130∼150g으로 성장한 개체를 대상으로 적정 가공 기술로 상품화하는 연구를 추진한다.
기존 어종을 고수온에 강한 품종으로 개량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어로, 양식 광어를 고수온에 노출하고 이 중 살아남은 개체를 어미로 키워 후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기술 지원을 통해 참조기 등 새로운 양식 품종이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며 "이와 동시에 기후 변화에 강한 또 다른 양식품종 선정과 개발 연구도 계속해 추진된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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