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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IT직원들 "이젠 완전 찬밥 신세"...빅테크 대규모 해고 칼바람[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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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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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구글 사무실. 구글은 지난해 1월 전 세계에서 직원 1만2000명을 정리해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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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 업체 이베이에서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로 일했던 글렌 쿠겔만(30)은 올봄 미국 뉴욕 맨해튼의 가로등 기둥에 구직 전단 150장을 붙였다. 지난 1월 직장에서 해고된 그는 구글,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여있는 곳에 전단을 게시했다고 한다. 전단지엔 큐알(QR)코드로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 프로필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3개월간 전단을 붙인 끝에 한 기술 회사에서 6개월짜리 계약직을 구할 수 있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겔만 같은 IT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구직난 상황을 전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 IT 업계의 무더기 정리 해고로 채용·구직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는 매체는 보도했다. 과거 학교, 경력 등 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뤄지던 채용이 대규모 정리해고로 인해 '초기화'됐다고 짚었다.

미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의 엔지니어링 관리자 크리스 볼츠(47)는 30년 가까이 기술 분야에서 일해온 베테랑이다. 이전까지 그는 채용 담당자가 먼저 이직을 제안하거나, 추천을 통해 일자리를 얻어왔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다니던 부동산 기술 회사에서 해고된 이후, 자신의 인맥에 있던 모든 IT 종사자가 해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볼츠는 "직장생활 경험 중 처음으로 이력서를 써야 했다"며 "지원서를 120개 넣었는데 그중 답이 온 건 3번뿐이었다"라고 WSJ에 털어놨다.



올 한 해 IT 일자리 13만개 증발…AI는 인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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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체이스 센터에서 열린 기술 팟캐스트 '어퀴디드'의 라이브 녹화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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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조건도 많이 급변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채용 경쟁에 열을 올리던 기업들은 우수 인력에게 높은 급여 수준과 유연근무제, 각종 복지 혜택을 약속했다. WSJ는 "소비자들의 삶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동안 IT 기업들은 너무 많은 근로자를 채용했다"며 "일부는 경쟁사로부터 뺏기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전까지 대규모 해고를 한 적 없던 빅테크들도 동참했다. 지난해 1월 구글은 전 세계에서 1만2000명을 정리해고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도 전체 직원 중 6~13%를 내보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2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IT 분야 일자리 감축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일자리 약 13만개 이상이 줄어들었다.

블룸버그는 IT 기업들의 인원 감축 배경엔 경영 전략의 변화가 있다고 짚었다.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신산업에 투자하는 대신 수익을 창출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IT기업들은 메타버스(가상현실) 사업을 축소하고 인공지능(AI)에 엄청난 투자를 시작했다.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Meta)로 바꿀 정도로 가상현실 기술에 주목했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챗GPT의 성공 이후 AI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일각에선 IT 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프 슐먼 미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술 분야에는 집단효과가 있다. 해고가 주가에 도움이 되니 멈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리해고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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