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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지구 중력에 잡힌 10m ‘미니 달’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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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9일부터 11월25일까지 56.6일간 지구 주위를 돌다가 다시 우주로 날아가는 미니달이 출현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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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쪽을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은 세 가지 경로를 밟는다.



첫째는 그냥 지구 근처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다시 먼 우주로 긴 여행을 떠난다. 둘째는 지구로 돌진하는 것이다. 대기권에 진입해 다 타버리거나 일부는 지구 표면으로 추락해 운석으로 남는다. 셋째는 지구 중력에 잡혀 버리는 것이다. 일정 기간 지구 주위를 빙빙 도는 미니달이 된다. 첫째나 둘째 사례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셋째 사례는 희귀하다.



셋째 사례에 해당하는 미니달이 출현했다. 2024 PT5 라는 이름의 이 소행성은 크기가 10m로 시내버스 크기 정도다.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소개된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최근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이 미니달은 29일 오후 3시54분(한국시각 30일 오전 4시54분) 지구 중력에 포획돼 지구 주위를 돌기 시작한다. 이어 57일간 지구∼달 거리의 약 10배인 350만∼400만km 거리에서 시속 3500km의 속도로 지구를 돌다가 11월25일 오전 11시43분(한국시각 26일 0시43분) 태양 중력이 강해지는 지점에서 다시 우주로 날아간다.



미니달의 존재는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진이 미국천문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연구 노트’(RNAAS) 9월호에 처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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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달 `2024 PT5\'의 궤도. Tonny D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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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주나 소행성대? 진짜 달의 분신?







미니달은 크기가 작은 데다 이동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우주선이나 로켓 잔해를 미니달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2020년 미니달로 오인했던 우주 물체는 1966년 미국 서베이어2호 우주선을 발사할 때 사용했던 로켓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2024 PT5는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인공이 아닌 자연 물체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소행성은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자금을 지원하는 소행성 지상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ATLAS)에 속해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천문대 관측을 통해 지난 8월7일 발견됐다. 당시 소행성과 지구의 거리는 56만7000km였다.



이 소행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천문학자들의 다양한 추정이 나오고 있다. 연구진은 연구노트에서 아르주나(Arjuna) 소행성대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와 달의 공전 궤도 경로를 따라가는 태양계의 2차 소행성대로, 태양과의 평균 거리는 1억5천만km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폴 초다스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달에 소행성이 충돌한 후 달에서 분출된 조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의 분신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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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달 `2024 PT5\' 공전 궤도에 따른 지구와의 거리 변화. sky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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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한 바퀴 다 돌지는 못하고 떠나







연구진은 미니달이 되기 위해서는 시속 3540km의 느린 속도로 약 450만km 거리까지 지구에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1년 이상 긴 기간 동안 지구를 도는 미니달은 10~20년마다 한 번 정도, 이번처럼 짧은 기간의 미니달은 10년에 몇 차례 정도 출현한다고 덧붙였다.



로라 니콜 드리센 시드니대 박사후연구원(전파천문학)은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컴퓨터 모델링에 따르면 지구는 상시로 지름 1m 미만의 작은 달을 하나 이상 포획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들은 너무 작고 희미하기 때문에 보통 특별히 지구 근접 소행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나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이 미니달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긴 미니달이 두 번(2006, 2020), 짧은 미니달이 이번 것까지 포함해 세 번(1991, 2022, 2024)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미니달은 태양 중력의 영향으로 지구를 완전히 한 바퀴 돌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제트추진연구소의 랜스 베너 수석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말굽 모양의 궤도를 그리는 데 그칠 것”이라며 “따라서 미니달로 분류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소행성은 지구 품을 벗어난 이후엔 태양 중심 궤도로 돌아가 2025년 1월9일 지구에서 약 180만km까지 접근한 뒤 다시 먼 우주로 날아간다. 2055년엔 다시 지구쪽을 향해 날아오지만 그때는 지구에서 520만km 떨어진 곳까지만 온다.



미니달은 크기가 워낙 작아 맨눈은 물론 웬만한 망원경으로도 관측하기가 어렵다. 이번 미니달도 마찬가지다. 연구진은 그러나 역대 출현한 미니달 중에서는 가장 크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DOI 10.3847/2515-5172/ad781f
A Two-month Mini-moon: 2024 PT5 Captured by Earth from September to November.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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