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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직자 의한 학대, 심판받고 은폐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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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벨기에 순방 마무리…'낙태법은 살인' 입장 재확인

연합뉴스

벨기에서 야외 미사 집전한 프란치스코 교황
(브뤼셀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경기장인 '보두앵 국왕 스타디움'에서 미사 집전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2024.9.29 photo@yna.co.kr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가톨릭교회를 향해 성적 학대를 가한 성직자들을 심판하고 범죄 은폐를 중단하라고 주문했다.

교황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보두앵 국왕 스타디움'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악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사에 참석한 3만여명은 박수를 보냈다.

교황의 발언은 당초 준비한 강론에서 벗어난 내용으로, 전날 벨기에 성직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받은 피해자 17명과 만난 데 대한 응답이라고 AP 통신은 해설했다.

비공개된 전날 면담에서 피해자들은 성적 학대로 겪은 트라우마와 피해 사실을 신고했을 때 교회가 무성의하게 대응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지난 26일 룩셈부르크 당일치기 방문 뒤 벨기에로 이동해 나흘간 머물렀다.

애초 벨기에 방문 목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대학인 루뱅대 설립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벨기에 가톨릭교회의 오랜 병폐로 지목되는 성적 학대 문제가 교황 방문을 계기로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특히 지난 27일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가 교황 환영 연설에서 가톨릭교회의 성적 학대 및 강제 입양 피해와 관련, "말로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구체적 조처가 필요하다"며 추가 대책을 촉구했다.

필립 국왕도 교황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번 순방 기간 낙태, 여성 역할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전날 재위 중 낙태법 승인을 거부했던 벨기에 5대 국왕인 보두앵 1세(1930년 9월∼1993년 7월)의 묘를 예고없이 방문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낙태법을 "살인적인 법"이라고 규정하며 보두앵 국왕이 용기있는 행동을 했다고 칭송했다.

1951년 즉위해 사망할 때까지 벨기에를 통치한 보두앵 1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1990년 연방정부 의회에서 낙태 합법화 법안이 가결되자 법안 공포를 위한 서명을 거부했다.

이에 당시 연방정부가 법안 공포를 위해 국왕의 권한을 36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황이 보두앵 1세의 묘를 방문한 당일은 '세계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로, 낙태권을 지지하는 현지 일부 시민단체들은 교황의 행보를 비판했다고 브뤼셀타임스가 전했다.

같은 날 교황이 루뱅대를 찾아 언급한 '여성 역할론'에 대한 답변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교황은 루뱅대 재학생과 교수들이 전달한 서한 중 '교회내 여성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여성은 열매(출산)를 맺는 뜻을 받드는 이(Donna e accoglienza feconda)"이라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전했다.

그러자 루뱅대는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의 성명을 내고 "루뱅대는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밝힌 보수적 입장을 개탄한다"고 주장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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