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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유엔총회서 존재감 드러낸 '전 UN대사' 조태열 외교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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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외교장관 만나 "북 위협 맞서 연대 강화" 강조

안보리 체제 한계···장기 비상임 이사국 등 개혁도 언급

왕이 중국 외교부장 만나 한중 정상회담 공감대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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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 고위급회기 참석을 계기로 전방위적인 외교 행보에 나섰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올 11월 페루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을 추진하는데 공감대를 모았고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북러 무기 거래로 불거진 안보리 체재 한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유엔 대한민국 대사 출신은 조 장관은 각국 외교 장관을 만나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커지는 한반도 안보 위기를 강조하며 협력과 연대 강화를 당부했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 각국 외교 장관들과 잇달아 회담을 열고 국가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조 장관은 왕이 부장과 약 45분간 회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와 양자 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조 장관은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고위급교류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왕이 부장은 “내년 한국의 APEC 의장국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경주 APEC 정상회의가 풍성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APEC 정상회의는 통상 한국의 대통령과 중국의 국가주석이 참석해왔다. 이 때문에 한중 외교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올 해와 내년 APEC 정상회의를 거론한 배경에 한중 정상회담 개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부쩍 가까워진 한중 관계도 이 같은 기대에 힘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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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은 유엔 총회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를 비판하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국제분쟁 해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지원과 개발을 평화·안보 문제와 연계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회서 한국정부 대표 자격으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서도 "한국은 다자주의 시스템에 대한 부채와 다자주의 시스템의 옹호자로서 성장하는 능력을 인식하며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전쟁 후 폐허만 남았던 한국이 유엔 원조를 기반으로 민주주의와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증거라며 "한국의 사례는 (다자주의에 대한) 마비된 패배주의에 대한 해독제"라고 역설했다.

조 장관은 유엔과 같은 다자주의의 회복을 위해 한국이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촉진자, 지속가능한 개발 및 기후변화 행동을 위한 후원자, 새로운 규범과 거버넌스를 위한 선도자가 되겠다고 세 가지 역할을 제시했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오남용으로 안보리가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더 효과적이고 민주적이며 책임 있는 안보리 걔혁을 위해 장기 연임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제안했다.

조 장관은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북·러 무기거래와 러시아의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임무 연장 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한편,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에 미사일과 수백만 발의 탄약을 제공하면서 북러간 군사협력을 하고 있다"며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창립국 중 하나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 불법 무기거래를 하는 것은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핵 개발 프로그램과 북한의 인권 탄압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북한은 주민들의 인권을 억압하고 배고픈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희소한 자원을 전용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비극에서 다자주의에 대한 냉소를 가장 암울한 형태로 발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유엔 회원국 외교수장과 면담도 이어갔다. 그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2022년 11월 모하메드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 및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 등을 통해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도약했다고 평가하며 격상된 관계에 걸맞게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트 뭉흐 바트체첵 몽골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동반자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해서 확대해나가기로 했으며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는 양국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협상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또 헤지스 오낭가 은디아예 가봉 외교장관,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교장관,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도 각각 회담을 갖고 양국 간의 관계와 실질 협력 방안, 지역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과의 오찬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의 협력과 연대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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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수교한 쿠바 외교장관과도 수교 후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다. 조 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쿠바 외교부 장관은 상호 상주 공관 개설을 비롯해 개발협력, 경제, 인적교류, 문화·스포츠 등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양국은 연내 상대국에 상주 공관을 개설한다는 목표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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