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네덜란드인이 만든 서울 476개 동 탐험 '지도' 한국 커플이 모두 훼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튜버 그늑튼 "새벽에 들어와 6초만에 페인트로 낙서"

"의도적인 행동, 모욕당한 기분…합의금은 모두 기부"

뉴스1

(유튜브 'iGoBart'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년간 서울의 476개의 동을 탐험하며 만든 '지도' 작품을 훼손당한 네덜란드 출신 유튜버가 범인에게 받은 합의금 전액을 한국전 참전용사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아이고바트'(iGoBart)를 운영하는 바트 반 그늑튼(31)은 지난 29일 작품 훼손 사건 전말을 공유하며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냈다.

영상에 따르면 그늑튼은 서울 성수동 도만사 갤러리에서 지난 9일부터 23일까지 '웰컴 투 마이 동' 프로젝트를 전시할 계획이었다. 해당 전시회에는 각 동네를 찍은 사진과 어떻게 지도를 제작했는지 등 관련 자료가 전시됐고, 자기 동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꾸며놨다.

그러나 지난 14일 지도가 훼손되면서 그늑튼의 전시는 중단됐다. 그는 "제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이자 한국이 대단한 이유가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인데, 안타깝게도 제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운을 뗐다.

뉴스1

(유튜브 'iGoBart'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그늑튼은 "동네 탐험을 마칠 때마다 지도에 색칠했다. 전시가 잘 되면 연장할 생각도 있었다"며 "그러나 9월 15일, 차 타고 갤러리에 가는 도중 지도가 훼손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화가 났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고 말했다.

갤러리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그 이후엔 문이 잠겨 사람들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고. 이 안내는 SNS에도 공지돼 그늑튼은 어린아이나 젊은 학생들이 한 짓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늑튼은 "전시회의 일부로 지도를 그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지도 제작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페인트와 붓도 전시돼 있었다. 모든 것은 깨끗하고 정돈된 상태였다. 다른 테이블엔 방명록을 위한 색연필과 함께 설명이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도를 훼손한 이들은 붓과 색연필을 둘 다 사용했다. 심지어 페인트가 묻은 붓은 씻지도 않았고, 바닥과 테이블에 페인트를 떨어뜨렸다"며 "실제로 보고 나니 더욱 모욕당한 기분이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지문을 채취하고 갤러리와 길거리 CCTV 등을 수집했다. CCTV를 본 그늑튼은 "성인 남자와 여자가 한 짓이라는 걸 보고 놀랐다. 그들은 전혀 어려 보이지 않았다"며 "15일 새벽 1시 52분쯤 들어와 6초도 안 돼 지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둘러보지도 않고, 설명을 읽지도 않았다. 술에 취한 것 같지도 않았다. 사고가 아닌 의도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늑튼은 CCTV에 범인의 얼굴이 명확하게 포착돼 빨리 잡힐 거라고 확신했다면서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건 추석 하루 전날이었고, 추석 동안 경찰과 연락할 수 없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뉴스1

(유튜브 'iGoBart'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때 본인들이 낙서범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로부터 "우리는 어렸고 멍청했다"는 사과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들이 뭘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제가 괜찮다고 할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 전 'CCTV 보면 멍청한 건 맞지만 전혀 어리지 않게 보이더라'라고 답장했다. 그들의 사과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사과가 얼마나 진지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자수하고, 경찰이 처리하게 하라고 했다. 그들이 '추석이라 못 갔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다. 추석 끝나고 형사가 '그들이 자수했는지를 20일에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20일에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황당해했다.

이후 그늑튼은 이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경찰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고 한다. 그는 "여자는 20대였고 남자는 30대였다. 그들은 '그것이 미술 작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럼 누군가의 방, 공간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그려도 된다는 거냐.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경찰에서 듣기 전에 언론으로 접한 게 좀 실망스러웠다. 그들과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조언을 받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우리가 합의하든 안 하든 그들이 적절한 처벌을 받을 거라고 해서 합의금을 요구했고, 그들이 알겠다고 했다. 금액은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끝으로 그늑튼은 "합의금 전액을 네덜란드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협회에 기부할 계획"이라며 "절대 돈 때문에 합의한 것이 아니다. 난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았고, 너무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았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