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백모씨(37)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일본도 살인' 피의자[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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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권성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백씨는 살인·총포화약류관리법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한다는 뜻을 밝혔다. 백씨는 "김건희판 재벌집 막내아들 사건으로 인해 김건희, 한동훈, CJ로부터 지난 3년간 언론을 동원한 협박과 불법 사찰, 신변 위협 등을 당했다"며 "살인과 일본도 소지 등 모든 혐의는 이로 인한 정당방위 측면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백씨는 지난 7월29일 오후 11시22분께 서울 은평구에서 잠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파트 정문 앞으로 나온 이웃 주민 김모씨(43)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주민을 살해할 목적으로 구입한 일본도를 '장식용'으로 허위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흉기에 어깨를 베인 채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20m가량 떨어진 인근 경비 초소로 걸어왔지만, 백씨가 쫓아와 여러 차례 더 흉기를 휘둘러 구급차 이송 중 사망했다. 백씨와 김씨는 같은 아파트 이웃 주민으로 이전부터 얼굴은 알던 사이였으나 개인적인 친분은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2021년 회사를 그만둔 이후 약 3년간 재취업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며 자신이 이를 막아야 한다'는 망상에 빠져 이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백씨는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이같은 일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백씨가 정신 질환 진료 이력 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범행 당시 심신 미약 상태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백씨는 지속해서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하고 있으나, 재판부는 백씨가 모든 공소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국민참여재판이 현실적으로 열리기 어렵다는 뜻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의 조사 내용에 관해 일절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으므로 주요 증거에 대한 것들을 재판에서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며 "국민참여재판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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