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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만화와 웹툰

이토 준지 “공포 만화에 적합한 세로 스크롤 웹툰 도전해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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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가 27일 서울 마포구 엘시(LC)타워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토미에’ 주인공 토미에를 즉석에서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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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 기괴한 스토리와 그림체로 세계에서 이름을 얻은 공포만화 대가 이토 준지(61)가 한국을 찾았다. 199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4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에 이어 세번째다.



이번 방문은 그의 작품을 소재로 한 전시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 주최 쪽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지난 6월 시작된 이 전시는 9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애초 9월8일 끝날 예정이었으나 11월3일까지로 연장됐고, 12월 부산에서도 전시를 이어간다. 이토는 지난 27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엘시(LC)타워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팬미팅을 마친 뒤 따로 기자들과 만났다.



공포만화의 대가답게 ‘공포’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그는 “현실에서 설명이 안 되는 기묘한 상황이나 수수께끼 같은 설정을 배경으로 작품을 구상한다. 마지막에도 해결이 안 되는 게 공포의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궁으로 남겨둠으로써 독자들이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에 없는 설정이지만, 현실에 있는 것처럼 리얼하게 그려서 몰입도를 높인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이토의 1986년 데뷔작 ‘토미에’ 주인공 토미에는 한국에서 뉴진스 멤버 해린을 닮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상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림의 사실성을 살려 실제 있는 인물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토미에 캐릭터 자체가 작가가 실제 겪었던 사건에서 출발했다. 그는 중학생 때 같은 반 친구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친구가 죽었는데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을 호러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토미에는 같은 반 학생들에 의해 살해당한 뒤 다시 살아나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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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포만화 대표 작가인 이토 준지가 27일 서울 마포구 엘시(LC)타워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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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작가로 시작해 일본 호러만화의 대부가 된 우메즈 카즈오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만화 작가 데뷔 전 치기공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손끝의 세밀한 감각을 사용한 그림체로 정평이 나 있다. 이날 그는 팬미팅에서 토미에 라이브 드로잉쇼를 선보였는데, 마지막에 그린 눈 부위의 세밀함에 팬들이 감탄하기도 했다.



이토는 “그림을 그린 뒤 빛에 비춰보거나 반대쪽에서 보는 등 확인 작업을 계속 거치며 입체감과 리얼리티를 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로 스크롤을 하는 웹툰이 공포만화에 적합한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영감은 현실과 보편성에서 찾는다. 그는 “특별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다. 그것을 비틀고 반대로 생각해 호러를 구상한다”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면 역사가 살아있는 옛날 건물에서 소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죽음’이라는 인류 공통의 공포심리도 작품의 원천이다. 그는 “무서운 게 많지만, 죽음을 부르는 상황이 가장 무섭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모두 다 갖고 있기 때문에 만화 안에서 죽음을 느낄 만한 설정을 자주 사용한다”고 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을 만화화한 적이 있는 그는 “현재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을 호러 만화로 그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포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공포만화를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을 때나 어릴 적 느꼈던 무서운 순간 등을 잘 기억해 자기만의 호러를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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