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스지 추신수가 30일 인천 에스에스지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땅볼 아웃된 뒤 더그아웃 앞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에스에스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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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많이 내면 되겠네요?”
최정(SSG)은 2024 KBO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3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추신수와 마지막 타석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최정은 “오늘 그래도 마지막 타석에는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추신수는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기에 이날 타석에 서지 못하면 사실상 다시는 그라운드에 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날 경기가 에스에스지(SSG) 랜더스에 주어진 가을야구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점이었다. 이날 경기에 반드시 이겨야만 5위 케이티(KT) 위즈와 10월1일 5위 결정전을 치를 수 있었다.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하는 상황임을 알기에 추신수 또한 이숭용 감독에게 ‘아슬아슬한 경기로 진행되면 팀의 승리가 중요하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를 전해 들은 최정은 추신수에게 농담 삼아 “그럼 (출전할 수 있게) 점수를 많이 내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3회초까지 0-0으로 이어진 팽팽한 균형을 투런포(36호)로 깬 뒤 곧바로 4회말 연타석 만루 홈런(37호)를 쏘아 올렸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부를 마무리 짓는 홈런이었다. 최정은 6타점을 쓸어담았다. 최정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 감이 좋았다. 연습 때 부터 공이 잘 잡혔고, 힘도 평소보다 더 잘 실렸다”며 “선발인 앤더슨이 잘 던져줘서 타석에서 편하게 타격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에스에스지 최정이 30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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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의 연타석 홈런 덕에 7-1로 앞서며 여유를 되찾은 에스에스지는 곧바로 추신수를 위한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다. 이숭용 감독은 8회말 1사 뒤 추신수를 하재훈 대신 대타로 넣으며 그라운드를 밟게 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그라운드에 선 그는 타석에 서기 전 관중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한 뒤 자세를 잡았다. 결과는 2루 땅볼 아웃이었지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든 선수가 앞으로 나와 도열해 추신수를 맞이했다. 이숭용 감독은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추신수를 위한 깜짝 이벤트였다. 추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1루 베이스를 밟고 돌아섰는데, 선수들이 나오길래 깜짝 놀랐다”며 “한 달 정도 훈련도 못 하고 경기도 못 뛰었기에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건 욕심이다. 타석에서의 결과보다 팬들에게 이렇게 인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에스에스지 추신수가 30일 인천 에스에스지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땅볼 아웃된 뒤 더그아웃 앞에서 이숭용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에스에스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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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와서 어떻게 보면 모든 게 제게는 다 새로웠는데, 동생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 야구를 계속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준 동생들이기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추신수는 2021년 에스에스지 유니폼을 입은 뒤 4시즌 동안 43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3, 396안타 54홈런 51도루 205타점, 266득점 OPS 0.812를 기록했다. 에스에스지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2022년)에도 기여했다. KBO 최고령 타자 출장 기록(42살2개월17일)도 세웠다.
에스에스지 추신수가 30일 인천 에스에스지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출전해 타격하고 있다. 에스에스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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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키움전의 승리로 에스에스지는 동률(0.507)인 케이티(KT) 위즈와 1일 마지막 가을야구 티켓을 위한 5위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두 팀은 1일 오후 5시 수원 케이티(KT) 위즈파크에서 타이브레이크(순위 결정전)를 치른다. 두 팀은 올 시즌 8승8패로 팽팽했다. 최정은 “아직 올라갈 길이 너무 멀다. 내일은 완전히 총력전”이라며 “(내일 경기에서도) 좋은 감각으로 한 번 더 (홈런을) 쳤으면 좋겠다. 중요한 순간에 한 번만 더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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