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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헤즈볼라의 패착[임용한의 전쟁사]〈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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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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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했을 때, 이란과 헤즈볼라가 개입하면 중동전쟁으로 확대되고 이스라엘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들 했다. 그때 필자는 헤즈볼라나 이란이 전면전 형태의 전쟁을 벌일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필자는 오히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칠 가능성이 있으며, 7월에는 이스라엘이 예상치 못한 과감한 행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었다. 결과는 무서울 정도로 놀랍다. 이스라엘의 삐삐 테러는 최소 수년은 걸린 공작이다. 결정적 순간을 위해 수년에 걸쳐 불확실한 작전을 준비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런 공작을 시행하려면 헤즈볼라 내부에 상당한 첩보망과 내부 협력자를 심어 놓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삐삐 테러가 헤즈볼라의 중간 지휘관들을 제거하려는 목적이라는 추정도 있지만 필자는 훨씬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제일 권력 집단이지만 토착 레바논인도 아니다. 혁명 조직, 비밀 결사의 성격을 가진 권력 집단이라 레바논 내에 다양한 세포 조직을 양성했어야 했다. 이것이 이스라엘에 역으로 약점이 잡힌 것이다. 이들이 갑자기 정체가 탄로 나고 제거되면서 레바논 내 헤즈볼라 조직이 와해되고, 반헤즈볼라 세력들이 용기를 가지게 된다. 동시에 헤즈볼라에 대한 불신이 커진 조직원, 동조자, 협력자들이 이스라엘에 협력하거나 정보를 제공하기 쉬워진다.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폭격으로 단숨에 헤즈볼라의 지도자부터 주요 사령관을 손쉽게 제거했다. 대이스라엘 투쟁은 성전이고, 믿음과 신념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헤즈볼라 내부의 권력 투쟁, 레바논 여러 세력의 반헤즈볼라 활동 역시 왕성해질 것이다.

어쩌면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지상군 투입을 하지 않거나 격렬한 지상전을 벌이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젠 이란이 나설 차례라고 하는 예상도 있는데, 이란의 참전 가능성은 낮고, 시아파 전위대들의 신뢰도 이미 떨어졌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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