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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신원식 “북, 핵능력 키우면 한·미 억지력도 커지는 ‘핵역설’ 깨닫길” [장세정의 직격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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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신임 국가안보실장의 북핵 해법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시설을 전격 공개한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수장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국민의 안거낙업(安居樂業)을 위해서는 튼튼한 안보가 전제돼야 한다. 국내외 정세 혼란을 틈탄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것은 기본이다.

나라 안팎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제76주년 국군의날을 맞았다. '국가안보 사령탑'인 신원식(66)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지난 8월 취임한 그는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 동성고를 거쳐 육사(37기)를 졸업했다. 보병 3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및 합참 차장(중장), 21대 국회의원(비례), 국방부 장관을 두루 역임했다.

중앙일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0월 1일 국군의날을 앞두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및 오물풍선 등 각종 도발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군의 대책과 해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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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군 장병에게 전할 말은.

"대한민국의 땅·바다·하늘에서, 또 해외 파병지에서 헌신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께 감사드린다. 국군 장병들과 그들 곁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군인 가족들이 있기에 우리 안보태세는 확고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한민국의 실존적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방력과 철통 같은 대비 태세가 필수적이다."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


-저출산에 따른 병력자원 부족과 초급간부 지원율 급감 및 이직 증가 문제가 심각하다. 모병제 도입이나 여성 지원병제 등 대안이 거론되는데.

"모병제로는 안정적 상비 병력 확보가 제한될 수 있어서 여전히 징병제 유지가 필요하다. 여성 지원병제의 경우 제도 도입에 따른 병력 충원 효과도 불분명하고, 여성 징병제로 가는 전 단계로 인식돼 불필요한 젠더(Gender)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다수 단기 복무의 소수 장기 복무 전환, 소수 병력의 강한 전투력 구축, 인공지능(AI) 중심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축, 비전투 임무의 민간 아웃소싱 확대 등이 병력자원 부족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다. 현재 8%인 군내 여성 비율을 선진국 수준(15%)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급한 오물풍선 살포로 얻을 것 없어

-지난 5월 이후 북한이 오물 풍선을 계속 날려 보내고 있다.

"북한의 풍선 부양 단계부터 철저히 감시하는 한편 낙하한 풍선은 군 전문 인력들이 최단시간에 회수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풍선 살포로 얻을 것이 없음을 확실히 보여줘야만 저급한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 북한이 풍선 살포로 대한민국을 흔들어 남·남 갈등 조장을 노리는 만큼, 국민께서는 정부를 믿으시고 침착하게 일상에 임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중앙일보

2023년 10월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이 자상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즉강끝'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장관 시절에 강조한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 대응 지침이 북한을 과하게 자극한다는 주장이 있다.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은 핵물질 생산 능력 공개,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끊임없이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을 자극한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태와 잘못을 먼저 지적해야 맞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국군의날 전략사령부 공식 출범

F-35, 잠수함, 미사일 통합 지휘

북핵 강력대응 의지 구현할 부대

강력한 국방력과 대비태세 필수

한·미 간의 핵작전 지침 토대로

확장억제 강화가 현실적인 해법

-우리 군의 기강해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군대가 외로운 섬처럼 있을 수 없다 보니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반영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군의 기강을 약화한 일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신전력 강화 등으로 군 기강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드론)에 서울 하늘이 뚫린 이후 지난해 9월 드론작전사령부가 창설됐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을 억제하는 한편, 도발하면 공세적 드론 작전을 통해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드론작전사령부는 북한의 다양한 비대칭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첨단 무기체계로 더 보강해 나갈 것이다."

해방정국의 박헌영 데자뷔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발표 이후 북한이 무반응인데.

"남북 격차가 커지면서 체제 불안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남북대화에 열려 있고, 어떤 남북 사안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북한이 원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대화의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다.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

중앙일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면 정권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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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두 국가' 선언에 동조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1945년 이후 해방 정국에서 많이 본듯한 데자뷔 같다. 모스크바 3상 회의에서 신탁 통치를 결정하자 공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반탁 운동이 거셌다. 그런데 소련이 찬탁 지령을 내리자 남로당 박헌영이 바로 찬탁으로 돌아섰다. 이후 김일성이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켰고 박헌영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반헌법 세력의 성찰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한 군 차원의 노력이 있나.

"북한 주민이 자유의 가치에 눈을 뜨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통일에 대한 열망을 더욱 강하게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인권보고서’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 등 북한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트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대북 확성기와 대북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 유입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비핵화 건너뛰고 핵군축 직행 없을 것

-북한이 사상 처음 핵물질 제조시설을 공개했는데.

"미국 대선 전에 북핵에 대한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시설을 면밀히 추적해 왔고,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전례를 찾기 힘든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토대로 '핵과 재래식 통합 방안'(CNI)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미 연합 ISR(정보·감시·정찰) 및 미사일 방어체계를 기반으로 북한의 어떠한 미사일 공격도 탐지·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군은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고도화해왔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한다면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과 한·미 동맹의 핵·재래식 통합작전으로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북한에 가할 것이고,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둘러 보는 모습을 북한 선전 매체가 지난 9월 13일 공개했다. 오는 11월 5일 치르는 미국 대선을 전후해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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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전후에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북한이 우리를 전략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에서든,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군사기술 차원에서든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있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 할수록 한·미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핵 억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핵의 역설'을 깨달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명확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건너뛰고 핵 군축으로 직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군의날에 전략사령부가 공식 출범한다.

"국방부 산하의 전략사령부는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의 전략적 능력(F-35, 잠수함, 미사일 등)을 통합·운용하는 최초의 전략부대다. 국군통수권자의 강력한 북핵 대응 의지를 행동으로 구현할 부대다. 전략 환경 변화에 발맞춰 우주 및 전자기스펙트럼 등 여러 영역에서 작전 능력을 진화·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당장 핵무장이 어렵다면 한·미 원자력 협정을 미·일 협정 수준으로 개정해 핵 잠재력(농축과 재처리 능력 확보)을 갖추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해법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다. 그래서 양국 정상이 지난해 '워싱턴 선언'으로 NCG를 출범시켰고, 올해엔 양국 정상이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승인했다."

한국 위상, 트럼프 1기 때보다 높아져

-독일이 유엔사령부(UNC)에 18번째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유엔사는 우리 군의 압도적 국방태세, 한·미 동맹의 연합방위체계와 함께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핵심축이다. 1953년 '워싱턴 선언'에 따라 북한이 만약 다시 전쟁을 일으키면 유엔사 회원국들이 참전할 것이다. 정부는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 등을 통해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다자 협력의 기반으로 역할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중앙일보

2023년 11월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등이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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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군 철수론을 다시 꺼낼까.

"한·미 동맹은 지난 70여년간 성공적으로 적응·진화해 온 뿌리 깊은 관계다.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진영 대립이 격화한 지금은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미국의 동맹이나 우방 중에 한국처럼 강력한 군대와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가 몇이나 있나. 한국을 잃으면 대체재가 있나."

-김정은과 트럼프가 또다시 직거래할 우려는.

"2019년 미·북 정상회담이 '하노이 노딜'로 끝나며 김정은은 선물도 없이 빈손으로 귀국했다. 김정은은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제재 해제를 노릴 텐데 미국이 들어주기 어렵다. 정치적 퍼포먼스만 하는 미·북 정상회담을 김정은이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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