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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사설] 지연된 정의는 정의 아니다…법원의 늑장 재판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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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검사 사칭 위증교사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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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연에 불신 증폭…국민 고통·부담만 커져





“모든 국민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가 헌법 규정



2019년 경기도지사로 있으면서 재판에 출석한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유도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검찰이 어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지 11개월 만이다. 현재 네 건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두 번째 징역형 구형이다. 반면에 이 대표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다. 지난달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에선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었다.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는 이른바 ‘6·3·3법’이 적용된다. 1심 재판은 6개월, 2심과 3심 재판은 각각 3개월 안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규정이다. 1991년 13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안에 포함된 조항으로 올해로 법 시행 33년을 맞았다. 이 조항은 1994년 공직선거법을 만들 때도 똑같이 들어갔다. 선거법 위반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한 후보자에 대해선 신속한 재판으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2022년 9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재판은 아직도 1심이 끝나지 않았다. 재판부가 예고한 대로 다음 달 15일 1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법정 시한보다 1년8개월이 늦어지게 된다.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규정이 없지만 사법 정의를 위해 신속한 재판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다.

신속한 재판은 범죄자의 처벌뿐 아니라 시민의 권리 구제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법원 통계를 보면 2019년 9.9개월이었던 민사합의부의 1심 처리 기간은 2021년 1년을 넘어서더니 지난해에는 15.8개월에 달했다. 형사합의부의 1심 처리 기간도 2019년 174일에서 지난해 228.7일로 길어졌다. 재판이 늦어질수록 억울한 피해자가 고통받는 시간도 길어진다. 변호사비 등 소송 비용의 대폭 증가로 재판 당사자들의 부담만 불어난다.

결국 법원의 책임이 막중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때부터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에서 재판 지연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 보여준다. 법원은 이대로 국민의 사법 불신이 심각해지면 위험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이 있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끄는 재판은 마땅히 실현돼야 할 정의를 지연시킬 뿐이다.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행위도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관 증원도 22대 국회에선 적극적으로 논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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