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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北엔 당 2개 있다… 노동당과 장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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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前국정원장 퇴임 후 첫 강연

조선일보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30일 최근 북한 동향과 관련, “북한에는 당이 두 개가 있는데 노동당과 장마당”이라며 “노동당과 장마당의 싸움에서 북한판 MZ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장마당 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문화 심리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사단법인 물망초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북한 자유화의 길’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아 “장마당 세대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마당 세대는 1990년 이후 출생한, 국가의 배급망이 아닌 민영 시장인 ‘장마당’을 통해 성장한 세대다. 이들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하고 외부 문화에 대한 개방도도 높다. 김 전 원장은 “고난의 행군 시절 당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란 25~44세 정도의 북한 장마당 세대가 가진 잠재적 저항 에너지를 현재화하도록 민관 차원에서 문화 심리전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규현 전 국정원장(가운데)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자유화의 길'을 주제로 열린 제86차 물망초 인권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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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으로 작년 11월 퇴임한 김 전 원장이 대중 강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원장은 북한의 경제 지표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대중 관계보다 대러 관계를 중시하는 것처럼 비치는 행보를 하는 것은 “상당한 전략적 실책”이라고 했다. 김 전 원장은 “푸틴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급박한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를 북한에서 받는 것”이라며 “북은 내심 러시아에서 고도의 미사일 기술을 받고자 하는데 러시아는 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의 생명줄은 중국인데 실질적인 북·중 관계는 냉랭한 상황에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갈수록 대놓고 도와주기 어려운 짐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으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김 전 원장은 “어려서 스위스에서 수학한 김정은은 주변에 생사고락을 같이한 충성도 높은 간부들이 없다”며 “국제 제재로 김정은이 이들의 충성심을 살 만한 ‘캐시 플로(현금 흐름)’도 제한돼 있고 카리스마도 부족해 독재자로서 권좌를 유지할 바탕이 취약하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김정은은 현재 170cm에 145kg의 초고도 비만으로 이런 건강 상태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김주애는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자기 이미지를 자상한 아버지상으로 투영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일 뿐 후계자로는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전 원장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낮아지는 세태와 관련, “북한이 자유화되면 통일이 되는 것은 일련적으로 진행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자유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통일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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