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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단독]4300곳 들쑤신 사교육 전쟁…'초등 의대반' 교습정지 1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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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근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로스쿨반·의대반이 편성돼 사교육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시내의 한 학원가에 의과대학 준비반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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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사교육과 전쟁’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4300곳이 넘는 학원을 특별점검했는데도 교습정지 이상의 행정 처분이나 고발 등 강력한 조처를 내린 건 26건에 불과했다. 이른바 ‘초등 의대반’으로 불리는 선행학습 학원에 대해서는 단 1건의 교습 정지밖에 내리지 못했다.

30일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지난해부터 시행한 사교육비 근절을 위한 실태조사 및 단속결과를 제출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부터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전수 점검하는 등 총 7차례에 걸쳐 학원가에 대한 특별 점검을 했다. 이를 통해 4303곳의 학원을 점검했으며 총 1946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 기간 이뤄진 행정 조치는 총 2097건이다. 그러나 교습 정지(15건)나 등록 말소(3건) 같은 강한 행정조치는 18건(0.8%)으로 1%도 되지 않았다. 수사 기관 고발도 8건 있었다.



초등 의대반 144곳 점검…교습 정지는 1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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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로스쿨반·의대반이 편성돼 사교육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시내의 한 학원가에 의과대학 준비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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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초등 의대반’의 경우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교육부는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총 144개소를 점검해 60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중 교습 정지는 1건뿐이었고 나머지 59건은 벌점 부과나 시정 명령에 그쳤다. 과태료는 총 14건의 적발 사항에 대해 595만 5000원이 부과됐다. 위법 한 건 당 42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내면 영업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은 위반 행위는 ‘선행학습 유발광고’였다. 전체 138건의 적발 사항 중 73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본지가 대치동 학원가를 돌아본 결과 일부 학원들이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중등 과학 강의를 안내하며 “하나고, 영재고 식 수업”이라고 홍보했다. 초등 여름방학 특강을 광고하며 중학교 3학년 과정의 개념과 유형까지 가르친다는 점을 앞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선행학습에 대해 벌점 부과나 시정 명령 등의 강력한 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만 할 뿐 위반 시 처벌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른바 ‘초등 의대반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영어유치원은 등록말소, 교습정지도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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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유아 영어 학원(영어유치원) 등 학원법이 적용되는 단속에서는 비교적 강한 조치가 내려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과 11월 영어유치원을 겨냥한 두 차례의 점검을 통해 총 928개소를 조사했고, 등록 말소 3건·교습 정지 8건 등 629건의 처분을 내렸다.

부과된 과태료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첫 전수조사에서는 84건의 적발 사항에 9116만원, 두 번째 ‘학교 형태 운영 편·불법 점검’에서는 22건에 2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위반 1건당 100만원이 넘는 과태료를 문 셈이다. 주로 교습비를 초과징수 하거나, 학원임에도 ‘유치원’ ‘스쿨’ 등의 명칭을 사용한 곳들이 다수 적발됐다.

일부 특별조사는 후속 조치로 경찰 수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입시컨설팅학원 등의 위법 사항을 살펴본 ‘진학지도 교습학원 특별 점검’에서는 총 5건의 고발이 이뤄졌다. 무등록 학원으로 의심되는 사례 4건, 교육 당국에 등록된 내용 외로 진학상담지도를 하는 학원 1건 등이다.

김민전 의원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행학습 유도 광고 등 불법행위에 관한 과태료 등 처벌수위를 대폭 상향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며 “신고포상금 제도를 적극 활성화하는 등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이고 일관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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