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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의대 정원 확대

9월 모평 만점자, 의대정원 맞먹었다 "변별력 제로, 기억서 지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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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시행일인 지난달 4일 서울 양천구 한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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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가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국어와 수학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 수가 의대 모집 정원과 맞먹을 정도로 쉽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영어 1등급(90점 이상) 비율도 6월 1%대에서 10%대로 치솟으면서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수 만점자, 의대 모집 정원과 비슷하거나 많아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1일 발표한 2025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에서 4478명이 만점을 받았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인 4485명(정원 내)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어를 다 맞더라도 동점자가 대거 발생할 정도로 변별력이 없다는 의미다. 국어 만점자는 올 6월 모의평가에서 83명, 지난해 수능에서 64명이었다.

수학 만점자는 국어보다 더 많은 4736명으로 추정된다. 표준점수 136점(135명) 득점자와 135점 득점자(4601명)를 합한 숫자다. 수학은 미적분·기하 선택 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135~136점 구간은 모두 원점수가 만점일 것으로 본다. 상위권 수험생을 가르치는 일산의 한 수학 강사는 “학생을 변별한다는 기준으로 본다면 이번 모의평가는 낙제점이다. 사람 키를 재면서 30㎝짜리 자를 가져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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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에 의과대학 준비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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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표준점수 최고점(129점)은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127점) 이후로 가장 낮았다. 수학 최고점(136점) 역시 2022학년도 통합 수능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전체 수험생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점수다. 통상 140점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 135점 이하면 쉬운 시험으로 평가한다.



영어 1등급 10%대, 전 과목 만점도 63명



영어는 1등급 비율이 6월 1.47%에서 이번 시험에 10.94%로 급증했다. 인원수로 4만 2212명에 달한다.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한 2018학년도 이후 세 번째로 쉬웠다. 지난해 수능에선 4.71%가 1등급을 받았다. 재수생을 주로 가르치는 한 영어 강사는 “6월 ‘용암 영어’ 이후로 공부량을 늘린 학생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평가원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학생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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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전 영역 만점자도 총 63명(재학생 18명, 졸업생 45명)으로 6월의 6명보다 10배 이상 많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수·영 모두 상위권 변별력은 제로(zero) 수준”이라며 “특히 서울대는 탐구 과목에서 과목 간 점수 차를 조정하지 않고, 표준점수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탐구 과목 유불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는 구도”라고 짚었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에서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적정 난이도’란 공교육 과정에 충실히 따른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을 정확히 측정한다는 의미”라며 “(영어 외에도) 9월 시험이 전반적으로 평이하고, 학생들의 준비도도 향상됐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상위권 변별이 가능한 문항들도 충분히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9월 성적 버리라고?” 혼란…수능 난도 상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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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지난달 4일 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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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월 모평의 ‘극과 극’ 난도에 수험생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9월 모평은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 상위권 대학 공대를 목표로 하는 한 고3 학생은 “수능 대비에 가장 중요한 두 시험인데, 9월 시험 직후부터 ‘이 성적은 버리라’는 말을 듣다 보니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다른 고3 학생은 “실수를 1~2개만 해도 등급이 확 바뀌는 시험이 실력을 제대로 가늠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입시업계는 본수능에서 난이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임 대표는 “의대 증원으로 상위권 변별력이 더 요구되는 상황이다. 수험생은 국어와 수학이 6월 수준으로, 영어는 9월보다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가 쉬우면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하는 인원이 많아져 내신·면접·논술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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