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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디너 테이블에서 교차하는 욕망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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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보통의 가족'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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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나는 노숙자가 죽었다.

뉴스를 본 형제는 노숙자를 살해한 저화질 동영상 속 범죄자가 자기네 아이들임을 직감한다. "저게 내 아들, 저게 내 딸"이란 건 부모만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이때, 부모의 선택은? 영화 '보통의 가족'이 극장을 찾는다. 100만부가 팔린 네덜란드의 베스트셀러 원작(원제 '더 디너')의 탄탄한 서사에 네 배우의 극강 연기력, 최후의 피 튀는 반전까지 곁들여진 정찬(正餐) 같은 명품이다. 지난달 24일 시사회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을 미리 살펴봤다.

두 형제가 있다. 형 재완(설경구)은 로펌 변호사, 동생 재규(장동건)는 소아과 의사. 재완은 살인 변호도 마다하지 않으며 물질적 풍요를 추구해왔고, 재규는 도덕성과 원리 원칙을 우선시하다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재규의 아내인 연경(김희애)은 아주버니 재완의 '트로피 와이프'인 지수(수현)를 '형님'으로 대하기가 어색하고, 나이가 어린 지수는 한참 높은 연배인 '동서' 연경이 마찬가지로 불편하다. 그래도 네 사람은 가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 나이프로 고기를 썰며 우애를 다진다.

어느 날, 네 사람이 평소처럼 만나 식사하던 그 시간에 재완의 고교생 딸과 재규와 연경의 중학생 아들이 사고를 친다. 그 모습이 CCTV에 모두 기록됐고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된다.

끔찍한 범죄의 주인공이 우리 애들이란 건 세상 누구도 모른다. 품격 높은 1등급 스테이크에 향긋한 과일향의 프랑스 와인이 서비스되는 레스토랑 프라이빗룸은 순식간에 격론장이 된다. 신념과 갱생을 위해 자수시킬 것인가, 피해자가 어차피 노숙자였으니 눈 한번 딱 감고 말 것인가.

범행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이를 은폐·조작하려는 흔해빠진 영화와 차원이 다르다. 네 사람은 총 3번의 '디너'를 진행하는데, 매번 테이블 위에 열거되는 네 사람의 욕망과 심리 변화가 압권이다. "누가 봐도 죄일지언정 법정에선 죄의 성립 요건이 다르다"고 믿는 변호사 재완의 뱀 같은 혀와 "죄는 죄일 뿐이며 죄를 죄가 아니게 만들 순 없다"는 재규의 완강한 눈빛이 뒤엉켜 '미친' 서스펜스를 구성한다. 10월 16일 개봉.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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