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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재가열…국민연금은 '뛰어들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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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뉴스 = 김대성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자회사인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으로 옮겨붙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한미약품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언제든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자회사인 한미약품의 박재현 사내이사(대표이사 전무)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의 해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의 임종윤 사내이사와 임종훈 사장의 형제 측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신동국 회장의 3자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자 자회사인 한미약품에서 3자연합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임시주총에서 이사 해임에 박재현 사내이사 및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안건을 상정하고 새로운 이사 선임에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각각 제안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이사가 수장으로 모든 임직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버려둔 채로 한미사이언스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대외적으로 내부 직원들에 대해 형사 책임을 운운하면서 조직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신약과 개량신약의 연구개발 분야를 모두 선도하였던 한미그룹 명성이 예전 같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 못하다는 시장의 평가까지 더해지고 있는 지금 최대주주로서 더 이상 현 경영 상태를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신규이사 선임에 대해 경영상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나 이를 옆에서 부추긴 이사를 전면 교체하고 그동안 묵묵히 한미그룹에서 경험을 쌓고 각 부문에 대해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온 명망 있는 분들을 신규 경영진으로 모셔와서 한미그룹의 영광을 되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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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너가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의 지위에 올랐으나 경영권 분쟁 내분에 휩쓸려 지난 8월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전무로 강등됐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한미사이언스뿐 아니라 한미약품으로 확산되며 오너가 분쟁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를 지방 지사에 있는 제조본부 전무로 강등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박 대표는 같은 날 본인 명의로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새롭게 꾸미겠다는 내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모녀 측 인물로 전해졌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가 3자연합과 손잡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대표이사의 선임과 해임은 이사회 결의사항이나 이사의 해임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한미사이언스가 박 대표의 사장 지위를 전무로 강등한 것은 이사의 해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대표이사 직을 물러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 안건은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사의 해임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반면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이사의 선임 안건은 임시주총에서 출석주주의 과반수 이상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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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지분 분포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한미사이언스가 주식 530만6121주(지분 41.42%), 신동국 회장 98만8597주(7.72%), 한양정밀 17만8820주(1.40%)로 한미사이언스 측 지분이 높아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에 유리한 구도로 되어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8월 9일 기준으로 120만8444주( 9.43%), 소액주주가 501만4751주(39.14%)로 국민연금공단의 입김이 세고 소액주주들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8월 9일 한미약품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보다 의결권 행사에 보다 적극적이란 면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장기화되고 있는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본격적인 영향력 행사가 예고되고 있다.

주식보유 목적의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줄 의사는 없지만 단순투자보다 조금 더 적극적이다. 배당정책, 임원 보수한도,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 등에서 직접 비공개대화도 신청할 수도 있다.

대상기업이 비공개 대화를 거부하는 등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공개서한도 발송할 수 있다. 이밖에도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제안 △회계장부 열람 청구 △임원해임 청구 등 기타 상법상 소수주주권의 행사 등도 제안할 수 있다.

한미약품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한미약품 이사회 10명 가운데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의 인물이 5명을 확보하면서 나머지 이사 가운데 한명만을 끌어들여도 임종윤 사내이사의 대표 취임도 가능할 수 있다. 임종윤 이사의 동생인 임종훈 씨는 현재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지난 6월 1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의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남병호 헤링스 대표이사도 이날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돼 임종윤·임종훈 형제에 우호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에 대해 진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한미약품은 지주회사의 특정 대주주 경영자가 그룹사의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독재 경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도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사실로 볼 때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특정 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비난했다.

한미약품은 이어 "공개적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자료에서 당사의 대표이사를 꼭두각시 등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모욕하는 등 비상식적인 표현을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혀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미약품은 현재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자행하고 있는 여러 업무 방해와 불법 행위 등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혀 한미사이언스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이 오너가의 지분 경쟁으로부터 한미약품그룹 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간 업무 방해 및 불법 행위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벌가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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