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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투자노트] 경영권 분쟁, 호재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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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경영권 분쟁이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당사자 사이에 지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경쟁이 붙고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 사이엔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하지만 실제 주가가 오르더라도 올랐다 내렸다 변동이 심하고 결말이 어떻든 분쟁이 끝나면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더 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다. 막연히 호재란 생각에 주가가 이미 상당 폭 오른 상태에서 투자했다가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최근 경영권 다툼이 진행 중인 상장사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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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주가는 최대주주인 화천그룹 측과 2대 주주인 김군호 전 에프앤가이드 대표이사(현 고문) 측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부터 급변동했다. 화천그룹이 에프앤가이드 경영 참여에 나서고 김 전 대표가 이철순 현 에프앤가이드 대표 등과 의결권 공동보유 계약을 맺고 맞대응에 나서면서다. 8월 말 9000원대였던 주가는 9월 들어 3만8000원대까지 4배 치솟은 후 9월 말 1만5000원대로 다시 내려간 상태다.

주가는 분쟁 당사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크게 움직였다. 9월 2일 권형운 화천기계 공동대표이사가 법원에 에프앤가이드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주가가 14% 뛰었다. 권형운 대표는 자신과 권형석 화천기계 공동대표이사를 에프앤가이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내놨다. 이어 에프앤가이드가 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를 낸 5일 21% 가까이 상승했다. 주가는 이후 1만500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만3000원대로 내려갔다.

그러나 13일 장 마감 후 김군호 전 대표가 별도의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했다는 공시가 나왔다. 이 영향으로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첫 거래일인 19일부터 에프앤가이드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상한가(가격 제한 폭인 30% 상승)를 기록하며 3만8450원까지 올랐다. 한국거래소가 에프앤가이드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며 25일 하루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거래가 재개된 26일과 27일 이틀 연속 하한가(가격 제한 폭인 30% 하락)를 기록하더니 30일에도 20% 내렸다. 개인 투자자는 27일과 30일에도 순매수했다.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에 주식을 샀다면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관련 기업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갖고 있는 영풍정밀 주식도 공개매수 중인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10월 2일부터 영풍정밀 주식 383만7500주(24.36%)를 주당 3만 원에 사들이는 대항 공개매수에 돌입한다.

영풍정밀 주가는 MBK 측의 공개매수 직전인 지난달 12일(종가 9370원) 대비 3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며 거래량과 회전율이 급증했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은 MBK 측 공개매수가(2만5000원)와 9월 30일 종가(2만5300원)보다 5000원가량 높다. 주가가 또 한 번 급변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지주사인 영풍의 경우 주가가 공개매수 직전 29만7000원에서 9월 20일 57만 원까지 올랐다가 30일 35만6500원까지 내린 상태다.

고려아연 역시 주가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MBK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4일 끝날 예정인 가운데,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를 꺼냈다. 최 회장 측이 MBK 측의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MBK 측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대주주끼리의 지분 싸움 과열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농후하다. 지난달 2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종목의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 가능성에 주의를 당부했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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