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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또 사업비 늘린 위례신사선…'16년 표류' 벗어나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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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잿값 급등…공사비 부담에 사업 '공회전'

'물가상승 반영' 두고 민관 줄다리기…2차 공고 때도 사업자 못 찾아 유찰

공사비 775억 늘려 3차 공고 예정…"찔끔 인상·뒷북 행정" 지적도

연합뉴스

[그래픽] 위례신사선 경전철 노선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시가 추진해온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S건설 컨소시엄이 포기했다고 밝히고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시가 오는 4일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 투자사업' 제3자 제안 3차 공고에 나서기로 하면서 16년간 표류하던 사업이 새 사업자를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시는 유찰이 거듭되는 일을 막고자 총사업비를 2차 공고 대비 775억원가량 증액했지만, 업계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적정 사업비에 대한 민관의 인식차가 워낙 큰 데다 주먹구구식 '찔끔' 증액으로는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업계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부의 한발 늦은 대책이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4일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자 재모집을 위한 3차 공고를 낼 예정이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경전철 노선으로, 2008년 위례신도시 기획 단계부터 추진됐지만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공회전 중이다.

당초 삼성물산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사업성을 이유로 2016년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어 시는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주요 건설 출자자들이 줄줄이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문제의 핵심은 공사비다.

사업 추진 과정을 되짚어보면 우선 저가 입찰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0년 수주 당시 GS건설 컨소시엄은 3천200억원가량을 저가 입찰해 1조1천597억원에 낙찰을 받았다. 당시 수주전이 5파전으로 진행되면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저가 입찰 탓에 '남는 게 없다'는 불평이 나오는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다.

공급망 타격으로 원자잿값은 급등하고 금리 인상으로 사업 추진 여건은 극도로 악화했다.

실시협약도 맺지 못한 상황에서 GS건설이 사업성 개선을 위해 물가변동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요구하면서 서울시와의 협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었다.

물가 상승분을 사업비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반영해야 할지 마땅한 기준조차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위례신사선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기재부는 새로운 물가변동 반영 기준을 제시했는데, 업계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기재부 안은 실시협약이 체결된 사업에만 적용이 가능한 지침이라 실시협약 이전의 물가변동분을 반영할 수 없었고 당시 서울시와 GS건설은 실시협약도 맺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기재부는 실시협약 이전 기간의 물가변동분은 시와 GS건설이 합의를 거쳐 민투심에 제출하도록 했지만, 공사비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는 크고 협상 기간은 일주일가량으로 짧아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게 뻔하고, 그렇다고 해서 사업자의 요구 조건을 다 맞춰주다 보면 공정성에도 어긋날뿐더러 민투심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시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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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청
[촬영 이도흔]


이런 와중에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등 악재마저 잇따르면서 결국 GS건설마저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결국 시는 올해 6월 GS건설 컨소시엄에 부여했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하고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고, 8월에 사업자를 찾기 위한 2차 공고를 냈다.

그러면서 사업비는 물가변동분을 반영해 1조4천847억원에서 1조7천605억원으로 2천758억원 증액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마감일인 지난달 25일까지 1단계 사전적격심사(PQ) 서류가 접수되지 않아 유찰됐다.

사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자 위례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시는 지난 2차 공고 때 참여 사업자가 없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기재부 요청에 따라 3차 공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3차 공고를 앞두고 기재부는 지난 2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2021∼2022년간의 공사비 상승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키로 했다.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경우 총사업비의 최대 4.4% 이내의 금액을 총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조처에 따라 3차 공고에서 공사비는 2차 공고 때보다 775억원이 증액됐다.

단편적으로 보면 공사비가 올라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뒷북 대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사업비를 책정했다면 사업이 이렇게 늦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자 공모가 다시 유찰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재부는 민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총사업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현장의 기대와는 많이 다른 기준을 제시해 왔다"며 "핵심 원인은 총사업비와 관련된 기재부의 결정이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시한 데에 있다"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후폭풍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본질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당시 입장문에서 "위례신사선 사업이 민투심에서 의결되지 못한 것은, 서울시가 사업시행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은 채로 민투심에 상정되면서 위원들의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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