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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최윤범 반격 카드는 '자사주 매입→소각'...의결권 주식 줄여 경영권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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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과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찾은 '이길 방법'은 대항공개매수를 통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었다.

영풍·MBK 연합에 대항해 현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고려아연이 자기 주식을 취득해 소각하는 방법으로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를 유인해 '의결권 주식' 싸움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가장 걸림돌이었던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이 2일 법원에 의해 기각됨에 따라 곧바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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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02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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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업 가치 제고 및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약 2조7000억 원 규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자기주식 공개매수 취득 예정 주식 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 1주당 매수 가격은 83만원"이라며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대항 공개매수에는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이 함께한다. 베인캐피탈은 약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2.5% 취득에 나선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 연합이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지분은 전체 주식의 18%며 금액은 총 3조1000억원 규모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기 자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통상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확보 또는 방어, 미처분 이익 잉여금 환원, 일시적인 주가 부양 등의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주당 순이익(EPS)이 높아져 주가가 상승한다. 따라서 시장은 자사주 매입을 호재로 판단한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자사 주식을 취득해 없애는 것으로 통상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 경영권 안정화 등을 목적으로 한다. 자사주을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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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이 직접 밝히고 공시까지 이루어진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카드는 MBK급의 자본력을 갖춘 '백기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의 최 회장과 고려아연이 선택한 차선의 전략이다.

자사주는 제3자에게 처분할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나지만 자사주 자체에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의결권 지분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최 회장은 고심 끝에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의도대로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15.5% 지분을 전량 소각한다면, 소각 후 의결권 지분 기준으로는 최 회장 측 44%(우호지분 포함), 영풍 측 40%, 국민연금 10%, 기타 주주 6% 정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는 관행을 이어간다면 영풍과 기타 주주를 합쳐도 과반을 넘지 못한다.

MBK와 영풍이 지난달 13일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법원에 제출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MBK와 영풍은 이날 가처분 기각 후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에 대해 다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하고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주당 83만원을 제시하며 두 연합의 자금 싸움은 총 6조7000억원(MBK+영풍 3조6000억 , 고려아연+베인캐피탈 3조10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천문학적인 자금력 싸움에서 상대의 의결권 지분 과반 확보를 저지하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여론전은 공개매수 기간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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