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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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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BS 청소년 드라마 '하트가 빛나는 순간'에서 지혜(김아영·왼쪽)와 서우(배유진)가 SNS도 스펙 요즘은 관종이 트렌드라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E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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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 청소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SNS가 청소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체성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아동 및 청소년 시기에는 또래들과 비교함으로써 영향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자 청소년의 경우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서비스를 통해 얼굴·몸매 등 시각적 측면을 끊임없이 비교하기 때문에 SNS를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 위험이 2배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유행한 ‘블랙아웃 챌린지’는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압박하는 것으로, 또래들이 이러한 행위를 따르다 숨지는 사례들도 발생했다.

둘째, SNS를 통해 폭력·마약·성학대 등 유해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음에도 서비스 제공자들이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청소년 사이에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텔레그램을 타고 확산하면서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를 쉽게 만들고, 이에 쉽게 노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SNS와 스트리밍 서비스 관행 점검’ 보고서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얻기 위해 이용자들을 광범위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보호체계는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정보수집은 사용자들을 사생활 위험에 빠뜨리고 자유를 위협하며, 신원 도용에서 스토킹까지 다양한 피해에 노출시킬 수 있음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부모 동의 없이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학기 중인 아이들에게 특정 시간에 부모 동의 없이 SNS 알림을 보낼 수 없도록 했으며, 미성년자 SNS 계정의 기본 설정을 비공개로 설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뉴욕주는 미성년자 콘텐츠 노출과 관련해 알고리즘을 규제하는 ‘아동 중독성 피드 이용 금지법’을 제정했다. 호주에서는 SNS 사용 가능한 최소 연령을 14~16세로 설정하는 ‘SNS 연령제한법’을 준비 중이며,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15세로 제한할 것을 유럽연합(EU)에 제안했다.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을 통해 소셜미디어 기업에 아동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최대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한도에 대한 친권자 동의와 14세 이상 청소년부터 SNS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학교 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교육부가 청소년의 SNS 중독 예방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 등도 논의 중이다.

청소년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프라이버시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청소년들이 SNS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걸 규제하는 것에는 큰 방향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미래 세대에게 SNS는 소통뿐만 아니라 정보의 교류 및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미디어를 제한하는 것만으로 기성세대의 의무를 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과정에 정작 청소년의 목소리는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일보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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