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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통일 싫지만…북한, 중국땅 되는건 안돼" 20대들 '돌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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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 우리의 소원은 통일?②

[편집자주]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우리와 '적대적 두 국가' 관계임을 천명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통일을 포기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20대 절반 가까이가 "통일할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통일의 꿈을 접어선 안 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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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사진제공=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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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한다면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하잖아요. 더 잘 사니까." 김민재(23, 가명)

"자식을 안 낳을지도 모르는데 미래세대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통일하고 싶지 않네요." 이다정(20, 가명)

"한민족이라는 생각도 점점 옅어집니다." 유대한(27, 가명)

"합쳐지면 사회 갈등이 심각하지 않을까요. 시민의식도 많이 차이날거고." 홍진수(28, 가명)

"이산가족이 유일하게 공감되는 이유였어요. 그런데 이젠 그 분들도 많이들 돌아가셨다고 해서요." 윤일종(27, 가명)

"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김상현(27, 가명)

머니투데이가 만나본 20대들은 통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공통점은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이들은 북한 체제붕괴시 북한의 영토가 중국에 넘어가는 것에는 반대하는 일부 모순된 인식을 보였다.


예상되는 경제·사회적 문제 너무 커…통일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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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뉴스1) 오대일 기자 = 5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서 국내 55개 인도적 대북 지원단체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대북 수해지원용 밀가루 500톤을 실은 트럭들이 북녘으로 향하고 있다. 북민협과 민화협은 북한 평안남도의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1차로 밀가루 500톤(2억 6천만 원 상당)을 개성 육로를 통해 북한에 지원했다. 2012.10.5/뉴스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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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씨는 "북한은 많이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인걸로 알고 있다"며 "결국 통일 과정에서 경제적인 부분은 우리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얼굴도 모르는 데다,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했던 사람들에게 우리 세금이 들어가는 건 싫다"고 했다.

이다정씨는 "다들 북쪽으로 올라가서 살고싶지 않을 테니 (북한 주민들이) 내려올 텐데 일자리 문제도 걱정된다"며 "가뜩이나 취업난인데 사람이 늘어나면 일자리를 구하기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통일이 미래 세대에 이득이라고 해도 난 하고 싶지 않다"며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식 없는 나한테 먼 이야기"라고 했다.

유대한씨는 "통일 과정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가 큰 재정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경제적인 부분에서 양보한다면 '북한은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윤일종씨는 "어릴때부터 교육을 받으면 통일의 이유 중 이산가족 문제가 가장 공감되는 부분이었는데, 이젠 남은 분들이 굉장히 적은 걸로 알고있다"며 "점점 통일을 '왜' 해야하는지 의문이 많이 든다"고 했다.

홍진수씨는 사회 갈등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홍씨는 "시민의식 차이로 인해 절도·가정폭력 등 범죄부터 사회적 통념까지 많은 부분에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독일도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 국민들끼리 갈등이 많다고 들었다"며 "우리는 분단 기간이 더 길어서 갈등이 더 심할 것 같다"고 했다.

김상현씨는 "어른들을 보면 통일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 같아보인다"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했다. 김씨는 "긍정·부정을 떠나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 정권 무너지면 영토는 중국 것?…"그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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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2,744m) 북파지역 천문봉에서 바라본 천지. /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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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 북한 영토를 중국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당장 통일은 반대하지만 한반도 영토를 중국에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김민재씨는 "한반도가 중국에 넘어가는 건 못 본다"며 "중국 뿐 아니라 제 3국이 끼어드는 건 안 될 일이다"고 했다. 그는 "통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도 했다.

이다정씨는 "지금도 그렇지만 북한 영토를 중국이 갖게 되면 우리가 섬나라가 되어 고립되는 느낌이다"며 "한·중·일 사이에서 중국을 더 견제하게 될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한국사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모든 내용이 전개되니 자연스레 우리 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중국이 점령할 경우 빼앗기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유대한씨는 "방을 뺏기는 느낌이다"라며 "기숙사 2인실에서 룸메이트와 사이 나쁘게 지내다가, 갑자기 룸메이트가 없어지니 옆방 사람(중국)이 와서 '우리가 여길 쓰겠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홍진수씨는 "중국이 북한 땅을 가져가는 건 싫다"며 "북한과 독립적으로 있고 싶을 뿐이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당장 중국과 접경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홍씨는 "남 주긴 아깝고 내가 갖기는 싫은 느낌이다"며 "역사문제에서도 동북공정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했다.

김상현씨도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통일이 손해 같았는데, 영토 문제로 접근하니 생각이 달라진다"며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 언젠가는 통일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단 리스크 '인지' 여부 따라 '통일 필요성' 달라진다


통일에 대한 20대의 인식에 이같은 모순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민족주의적 특수성보다는 자본주의적 보편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거대 명분이 아닌 실질적 손익을 따져서 그때 그때 결정한다는 뜻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세계 사회의 시민으로 인식한다"며 "우리 민족의 특수성이 담긴 주제인 분단, 통일 이런 것들을 자신과 가까운 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는 평소에 분단의 아픔과 위험에 대해 인지할 일이 살아오면서 별로 없었고, 지금도 없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막상 통일을 하지 않을 경우에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나 위험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통일을 해서라도 그런 피해나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순히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20대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해서 20대들이 통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결론을 내버리는 건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가 좋을 때의 여론조사 결과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 여론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다"며 "젊은 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가 남북 분위기가 좋고 통일이 가까운 미래처럼 느껴지면 통일을 빠르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반대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도발이 잦아지면 통일하지 말자는 여론이 높아진다. 어느 한때의 조사 결과를 가지고 국가 정책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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