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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금투세가 사모펀드 투자자 감세?···“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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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사모펀드 투자자 세율 최대 49.5→20%”

업계 “국내주식 매매차익 세 부담 0→49.5%”

전문가 “금투세로 ‘큰손’ 세 부담 감소 가능성 커”

경향신문

김현동 배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논란·공포·괴담’ 속 진실과 거짓 팩트체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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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사모펀드 절세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야당 일부의 금투세 도입론에 대해 “사모펀드 투자자 절세용”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사모펀드에 투자한 야당 인사들이 본인들에게 적용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금투세를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포용재정포럼·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2일 ‘금융투자소득세 논란·공포·괴담 속 진실과 거짓 팩트체크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주장을 반박했다. 금투세 도입은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절세가 아닌 증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 ‘큰손’이 떠나 주가가 폭락한다”는 주장을 두고는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 ‘큰손’의 세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사모펀드 투자자에겐 감세? “증세”


국민의힘은 금투세를 시행하면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내야 할 세금이 현행 최대 49.5%(지방소득세 포함)에서 27.5%(금투세 최고세율)로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금투세 시행으로 사모펀드 가입자의 경우 최대 49.5%에서 20%(지방소득세 제외) 세율로 절세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혹시 이런 것 때문에 (야당이)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상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사모펀드 감세론은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여당은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매매)하는 경우를 가정했는데, 현실에서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누려온 국내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모펀드 투자자 중 97%는 법인 등 기관투자자라 금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사모펀드 투자자 중 잠재적인 금투세 과세 대상은 3%의 개인 투자자들이라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펀드 관련 과세는 배당소득세로 일원화돼 있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경우는 연말에 펀드 이익분배금(배당소득)을 받거나, 펀드를 환매(매매)해 수익을 남길 때다. 일반적인 배당소득세는 15.4%이지만, 연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을 거둔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편입된다. 종합과세대상이면 소득세 최고세율 49.5%가 적용된다. 단 국내 주식투자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익을 남겨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내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이 비과세 대상(세율 0%)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새로운 과세 대상으로 들어온다. 이 때문에 국내 사모펀드 업계는 “지금까지 과세에서 제외됐던 국내주식 매매차익이 과세 대상으로 전환되면 펀드 소득이 급증하면서 최고 49.5%의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돼 펀드투자자의 세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세 부담은 환매를 할 경우와 이익을 분배할 경우 각각 달라진다. 투자자들이 사모펀드 환매수익을 거두면 여당 주장대로 초부자들에게는 세율이 최대 49.5%에서 27.5%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이익분배금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금투세 도입과 상관 없이 최고 세율(49.5%)에 변동이 없다. 다만 과세 대상이 국내 주식으로까지 넓어지면서 실제 세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큰손’에겐 이미 있는 세금, 오히려 줄어들수도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시장 ‘큰손’(대주주)이 떠나 주가가 폭락한다는 여당 주장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국내 ‘큰손’ 입장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새로운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 재벌 등 대주주들은 국내 상장주식을 처분할 때 이미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율은 과세표준 3억원 이하면 22%(지방세 포함), 3억원 초과에는 27.5%로 금투세와 세율이 같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기본공제가 늘어나 ‘큰손’의 세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주주의 주식양도소득세 기본공제액은 250만원인데, 금투세를 시행하면 기본공제가 지금보다 20배 많은 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기본공제를 포함하면 대주주의 실효세율은 오히려 낮아진다.

금투세가 현 제도가 허용하지 않는 손익통산·이월공제를 허용하는 것도 ‘큰손’들에겐 절세 요소다. 김 교수는 “현재는 주식에서 생기는 손실은 다른 금융상품과 통산할 수 없고 미공제된 손실은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지만, 금투세를 도입하면 앞으로는 손익이 통산되고 남은 손실(미공제분)은 5년간 이월할 수 있다”며 “5년간 손실을 상계 처리해주기 때문에 세제가 합리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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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고액자산가나 개인전문투자자들은 법인을 설립하면 금투세를 회피할 수 있다. 이 위원은 “양도차익이 수십억원이 넘는 진정한 슈퍼 개미는 법인을 설립하면 금투세에서 면제되기에 어중간한 큰 개미 정도만 금투세 대상이 된다”며 “금투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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