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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서울 아파트 가격 올랐나 떨어졌나 : 집값 통계 논쟁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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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른다는 이야기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월 대폭 상승했지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발표한 실거래 기반 데이터는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쪽의 결론이 타당한 걸까. 서울 아파트 시장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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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아파트 가격 향방을 놓고 서로 다른 분석 결과가 나왔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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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의 향방을 놓고 다른 분석이 나왔다. 분기점은 8월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은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전달보다 1.27% 오른 97.1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국 평균 증감률이 0.33%라는 걸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이 유달리 컸던 셈이다.

매매가격지수만이 아니었다. 실거래가격지수도 비슷한 방향이었다. 2024년 8월 잠정지수 산정 결과를 보면, 전국은 전월 대비 0.30% 올랐고 수도권은 0.62% 올랐다. 서울은 2.23% 상승해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 지표도 있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8월부터 발표하기 시작해 이제 2개월치 자료가 쌓인 부동산통합지수시스템(KARIS)의 결론이 그랬다. 공인중개사협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월과 비교해 떨어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방향은 같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월보다 4.4% 떨어졌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4.5%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의 평균 하락률도 1.9%였다.

같은 8월, 같은 서울 아파트를 놓고 가격을 분석한 한국부동산원과 공인중개사협회의 자료를 요약하면 이렇다. "가격이 올랐다(한국부동산원)." "가격이 떨어졌다(공인중개사협회)."

어느 쪽의 결론이 타당할까. 더스쿠프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활용해 3.3㎡(약 1평)당 서울 아파트 가격을 확인해 봤다.[※참고: 아파트 분양가나 매매가를 계산할 땐 통상적으로 공용면적과 전용면적을 합쳐서 계산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엔 전용면적만 표기돼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위해 전용면적으로만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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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보자. 3.3㎡당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4년 1월 4640만원, 2월 4632만원으로 엇비슷했지만 3ㆍ4월로 넘어오면서 각각 4749만원, 4857만원으로 상승했다. 이후 6월 5311만원이 되기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속해서 올랐다.

상승세가 꺾인 건 7월이었다.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7월 5156만원, 8월 4940만원으로 잇따라 떨어졌다.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하락률은 4.2%였다.

이 결과를 보면 한국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8월 1.27%)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8월 2.23%)는 실거래가 평균의 흐름과 달랐다. 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같은 기간 4.4% 떨어진 것으로 측정한 공인중개사협회의 분석은 실거래가 하락률 4.2%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을 더 세분화하면 한국부동산원과 공인중개사협회의 분석은 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가장 높았던 건 성동구(2.59%), 서초구(2.54%), 송파구(2.48%), 강남구(1.68%), 마포구(1.67%) 순이었고 도봉구는 0.36%로 가장 낮았다. 그다음으로 가격 변동률이 낮았던 곳은 관악구(0.47%), 금천구(0.56%), 노원구(0.65%), 은평구(0.70%) 순이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 가장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곳은 용산구(20.9%)였고, 광진구(5.6%), 중구(2.0%), 강동구(1. 6%), 성북구(1.1%)가 뒤를 이었다. 하락폭이 가장 컸던 곳은 강서구(-21.9%), 종로구(-18.0%), 서초구(-11.5%), 도봉구(-8.4%), 서대문구(-6.8%) 순이었다.

한국부동산원과 공인중개사협회의 '아파트값' 통계가 이렇게 다른 건 조사ㆍ분석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한국부동산원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산출할 때 '표본'을 조사한다. 8월에 거래가 없는 아파트라도 '표본주택'이라면 매매가격지수 산정 시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이럴 경우엔 산정 기간 중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 거래 이력을 참고한다. 비슷하긴 하지만 실제 거래된 건 아니다 보니 실거래가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부동산의 또 다른 지표인 공동주택 실거래지수에선 실거래가격을 반영한다.

하지만 산정 기간 중 거래 신고가 2회 있는 주택만 대상이다. 실거래가를 3.3㎡당 가격으로 계산해 단순 비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실거래가지수가 실거래가의 평균 움직임과 달랐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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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 전망은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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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공인중개사협회의 지표는 다르다. 공인중개사협회가 사용하는 자료는 개업 공인중개사의 80%가량이 실무에서 쓰고 있는 '한방' 거래 정보망의 계약서다. 계약한 시점부터 통계를 작성하기 때문에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지기 전에도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공인중개사협회의 분석 자료가 실거래가에 더 근접했던 이유다.

다만, 현시점에서 한국부동산원과 공인중개사협회 중 어떤 자료가 더 유용한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공인중개사협회의 지표가 실거래가의 추이를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만 대상으로 하기에 범위가 협소하단 단점이 있다. 일부 실거래된 아파트가 전체 지표의 흐름을 좌우할 수도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산하 부동산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다른 지수처럼 표본조사도 하고 있지만 그 표본을 분석 보고서에 넣을지는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신뢰도 개선에 영향을 준다면 표본 조사 결과도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산하 부동산정책연구원은 내년 중 실거래가 변동률을 지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정책연구원이 지수화에 성공하면 일부 지표가 전체를 흔드는 한계를 메울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객관적이고 안정적인 부동산 지표를 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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