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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의료계 “의평원 무력화 즉각 중단하라” [심층기획-희귀질환자 ‘통증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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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인증 평가 완화 시행령 개정에

전국 의대 교수들 용산서 결의대회

“정부, 후진국 수준 의사 양산” 비판

안철수 의원 등 참석 “있을 수 없는 일”

의과대학 증원 갈등이 의대 교육환경과 평가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의사 중심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의대 인증 평가를 엄격하게 하려 하자, 교육부가 이를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고, 이에 의료계는 “후진국 수준 의사를 양성할 게 아니라면 의평원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일보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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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국 의대 교수들과 일부 정치인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용산전쟁기념관 앞에 모여 의평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소속 교수들과 의대생, 학부모 등 800여명은 이날 흰색 의사 가운을 입고 “의평원이 망가지면 의학교육 망가진다”, “의학교육 부실조장 시행령 개정 철회하라”, “불법조장 시행령을 국회에서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의료계는 의평원의 기능·역할과 관련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입법예고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대규모 재난으로 의대 등의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의평원이 불인증하기 전 의대에 1년 이상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평가·인증 기준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에서 사전 심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의평원은 증원된 의대에 대한 평가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인데, 정부가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게 의료계 시각이다. 의평원이 평가 기준을 강화해 정원이 늘어난 의대를 불인증할 경우 해당 대학에 신입생 모집 정지 처분 등이 내려지며 정부의 의료 개혁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은 이날 “의평원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정부는 의대를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정부는 2000명이라는 감당 못하는 수준의 증원으로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불가능해지자 의평원 무력화를 통해 후진국 수준의 의사를 양산하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가 말한 교육 가능한 환경이 30년 전 교육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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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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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으로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의평원 인증 평가를 무력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결과로 자격이 부족한 학생들이 의사 면허를 받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이는 의료 개혁의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했다. 박인숙 전 자유한국당 의원(울산의대 명예교수)은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교수가 부족해도, 학생들이 출석을 안 해도, 강의를 안 들어도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고 의사 면허를 받는다”며 “의학교육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을 무력화하는 법이나 교육부가 시행령으로 장난 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의대생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 의대에 대한 교육부 감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세옥 부산의대 비대위원장은 “30주도 교육받지 않은 의대생들을 의대 교수들은 결코 강제 진급시킬 수 없다”며 “교육부는 서울의대에 대한 감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도 “7개월 가까이 수업을 받지 않아 당연히 유급해야 할 학생에게 유급을 허락하고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서울의대 학장에게 초고강도 감사라는 칼을 빼들어 의학 교육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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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과 국가고시를 위한 서적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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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의평원 의학교육인증단장(경희대 명예교수)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부 의견을 발표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율적인 전문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울러 시국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에 대해 2025학년도부터 중단하고 재논의해야 하며, 의학교육을 파괴하려는 책임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4일 시행된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는 347명이 응시했다. 3212명이 응시한 지난해의 10% 수준으로, 공중보건의 등 부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규희·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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