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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안병억의 마켓 나우] EU 예산개혁 어렵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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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낙후 지역에 지원되는 결속기금(Cohesion Fund)을 경제개혁과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집행위) 구성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유럽의회에서 과반을 얻어 연임이 확정됐다. 나머지 26명 집행위원을 유럽의회가 조만간 승인하면 12월 1일 신임 집행위가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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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는 벌써 2028년부터 2034년까지 7년간 집행될 중장기 EU 예산의 획기적인 개혁을 벼르고 있다. 결속기금을 경제개혁과 연계해 지원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1년 주기 예산과는 별도로, EU의 중장기 재정전망(MFF)은 보통 7년 단위로 집행되는 예산 총액과 농민지원·결속기금 등 주요 항목별 지출 상한선을 정한다. 2021~2027년 재정전망이 종료되기 2년 전, 차기 재정전망을 타결해야 하는데 집행위는 이를 계기로 결속기금의 대개혁을 제안하며 협상의 포문을 연 것이다.

이런 조건부 지원을 지지하는 회원국들은 증액이 필요한 3D, 즉 탈탄소화·디지털전환·국방 분야의 EU 예산을 기존 지출의 효과성 제고와 응당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처럼 EU예산 납부액이 지원액보다 훨씬 많은 순기여국들이 연계지원을 지지한다.

반면, 폴란드와 발트 3국처럼 주요 결속기금 수혜국은 연계에 반대한다. 이들은 2004년 EU 가입 후 20년간 EU 예산의 순혜택국이다. 폴란드는 올해 EU 예산에 납부한 것보다 120억 유로(GDP의 2.7%에 해당) 정도를 더 지원받았다. 수혜국들은 독일 같은 제조업 강국에 시장을 개방한 대가로 낙후지역 지원을 받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마저 연금이나 노동시장 개혁과 연계해 지원한다면 기존 예산 운용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브뤼셀의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은 차기 집행위에 제시한 정책 우선순위에서 현재 27개 회원국 GDP의 1%에 불과한 예산을 2배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브뤼겔은 또 회원국 농민과 낙후지역 지원이 예산의 각각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농민 지원의 절반을 회원국 예산이 부담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면 농민에게 지출되는 EU 예산을 대폭 절감해 연구개발이나 녹색전환·국방 등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아울러 만장일치제인 EU 예산 관련 결정을 다수결로 전환할 것도 제안했다.

앞으로 1년 넘게 27개 회원국이 EU 예산 개혁을 놓고 긴 협상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같은 만장일치제에서는 결속기금의 연계 지원은 쉽지 않다. 집행위의 결속기금 연계안은 여러 가지를 고려한 다목적 협상카드다. 협상을 지켜보면 예산의 개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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