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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사설] 이번엔 의대생 휴학 갈등, 이런 식으로 문제 해결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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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의대생들이 낸 집단 휴학계를 승인한 서울대에 대해 대규모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대 의대 학장이 전국 처음으로 의대생들 휴학계를 전격 처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서울대는 학칙상 휴학 승인 권한이 단과대 학장에게 있는데, 의대 학장은 대학 본부와 상의 없이 자체적으로 휴학 신청을 승인했다. 정부는 그동안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 휴학은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동맹휴학’이기 때문에 승인하지 말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육부는 전국 40개 의대에 ‘동맹휴학’을 허가하지 말라는 공문도 내려보냈다.

전국 대부분 의대생은 지난 2월 단체 휴학계를 내고 현재까지 수업 거부 중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동맹휴학 승인도 집단 유급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을 어떻게든 돌아오게 해서 남은 기간 공부시켜 정상적으로 진급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11월 초까지만 돌아오면 수업을 오전·오후로 쪼개서 진행해 한 학년 법정 수업 일수인 30주를 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의대생들이 조만간 돌아올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협회 등은 2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제한 없는 의제 논의를 요구하며 정부가 제안한 의료인력추계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만찬에서 의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아 의정 갈등의 실타래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의대생들이 7개월 넘게 공부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진급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고 휴학 승인이나 집단 유급이나 내년 의대 교육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은 차이가 없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를 내걸고 대학을 압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년 의대 교육에 큰 차질이 없도록 차근차근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 대학이 내년에 대비해 강의실·교원을 늘리고 있다. 의료계도 어떤 타협도 거부하며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2025학년도 정원 문제만을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밀어붙이는 정부와 타협 없는 의료계 사이에서 환자들 고통과 불안만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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