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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고려아연 운명 가를 기관의 선택…최윤범 vs MBK 누구에게 파는게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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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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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4일 분수령을 맞았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의 공개매수가 이날까지 진행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들이 목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에서도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최 회장 쪽에서는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가게끔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늦어도 이날 오후 3시는 넘어야 MBK-영풍 공개매수 성패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매수에 청약했다가 막판에 취소하는 물량이 나올 수도 있는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 결과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성패는 기관 투자자들의 손에 달렸다. 기관들은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해 75만원을 보장 받고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지, 아니면 20일을 더 버티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해 83만원에 팔고 나갈지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고려아연 “최소 목표 5.87% 달성 못해도 다 사겠다”…JP모건 창구서 대량 매수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이날까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주당 단가는 75만원이며 목표 물량은 6.98~14.61%(144만5036~302만4881주)다.

이날 MBK-영풍이 최소 목표 물량인 6.98%를 확보하는데 성공한다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 최 회장 측 반격은 무위로 돌아가게 될 공산이 크다. MBK-영풍이 의결권 기준으로 과반의 지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공개매수 청약 물량이 6.98%에 못 미친다면 MBK-영풍은 공개매수 단가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83만원)보다 높여서 2라운드를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실제로 MBK 측은 이날 청약 상황을 지켜보다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BK-영풍이 가격을 올리면 공개매수는 10일 연장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이날부터 20일 간 진행되기 때문에,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연장되더라도 열흘 먼저 종료되는 셈이다.

당초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 주식 수가 최소 매수 수량(5.87%)에 못 미칠 경우 한 주도 사지 않겠다고 했지만, 돌연 이 조건을 없애면서 투자 매력을 높인 상황이다. 주주들 입장에선 MBK-영풍 공개매수 청약 기회를 날리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했는데 주식을 팔지 못하는게 최악의 경우의 수였는데, 그럴 우려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즉,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흥행 여부와 관계 없이 주당 83만원에 팔 수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자사주)과 베인캐피탈의 매수 목표 수량이 최대 18%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서 주식을 못 팔 우려도 거의 없다. 기관 등 소액주주들의 지분 합이 22.63% 수준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청약 물량을 대부분 사줄 수 있을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발표한 지난 2일 이후 고려아연 주식의 매수량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도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시그널로 풀이된다. 2일 고려아연 주식 거래량은 78만주가 넘었는데, 이는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양이었다. 4일 오전 11시 10분 기준으로도 거래량이 약 53만주를 기록했다.

2일에는 개인이 55만주를 사들였고 외국인은 14만주를 매수했다. 4일에는(11시 10분 기준) 외국인이 11만주를 매수하고 있다. 특히 JP모건이 매수 상위 창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JP모건은 과거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인수할 당시 실사를 담당하는 등 최 회장 측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일을 감안하면 2일부터 매수한 주식은 MBK-영풍 측 공개매수에 청약할 수 없게 돼있고, 최 회장 측 자사주 매입에는 응할 수 있다. 즉, 2일부터 거래되는 주식 수가 많다면 이는 최 회장 쪽에 유리한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국민연금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간접적으로는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연기금 등은 고려아연 주식 3만4000주를 매도했는데, 이렇게 유통 주식 수를 늘려주면 더 많은 기관이 사들여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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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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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관은 아직 별 움직임 없어…패시브 펀드 선택도 주목

다만 이번 공개매수 성패의 키는 국내 기관이 쥐고 있어, 마지막 날인 이날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관은 2일까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MBK-영풍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 국내 기관은 공개매수가 시작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누적 1만주 가량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80만주를 매수하고 81만주를 매도했다. 물량을 많이 내놓지 않고 대부분 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기관 투자자 중 상당수는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해 75만원이라도 확실히 벌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영풍이 지난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재차 법원에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인데, 만약 법원에서 이를 인용한다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취소되기 때문이다. 심문기일이 오는 18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 일부를 MBK-영풍 공개매수에 청약해 확실한 수익을 보장 받고, 나머지는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MBK-영풍의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또 고려아연 주식을 담고 있는 패시브펀드(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에 투자하는 펀드)도 MBK-영풍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시중에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수가 줄어들면 인덱스 펀드 내에서도 고려아연의 비중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MBK-영풍과 최 회장 측의 또 다른 ‘격전지’ 영풍정밀의 경우 장기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계열사로, 이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면 고려아연 의결권 3.7%를 가져가는 효과가 생긴다.

MBK-영풍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단가를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단가 3만원과 동일한 가격이다. MBK-영풍은 영풍정밀 지분 43.43%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고 청약이 얼마나 들어오든 전량 매수하겠다고 한다. 25%를 확보하겠다는 최 회장 측과 비교하면 투자자들이 볼 때 더 매력적인 조건이다.

다만 MBK-영풍의 가격 상향으로 인해 영풍정밀 공개매수 기간이 열흘 연장된 만큼, 최 회장 측에서도 승부를 보기 위해 단가를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오전 11시 27분 현재 영풍정밀은 전 거래일 대비 20.43% 급등한 3만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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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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