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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이란 공격 논의" 돌출발언에 유가 폭등…해리스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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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시점에서 이스라엘이 조만간 이란의 석유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돌출발언 한 마디에 전세계 유가가 폭등하고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급격히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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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헬렌의 피해를 살펴보기 위해 플로리다와 조지아로 이동하기 전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기자들과의 문답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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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에선 전면전으로 치닫는 중동상황에 대한 외교적 중재력의 한계를 노출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것을 시작으로, 무슬림계 유권자의 이탈과 유가를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논의 중” 한마디에…전세계 충격



바이든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와 조지아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피해 지역을 방문하기 전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타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in discussion)”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에 그것은 좀…”이라고 말을 흐리며 우회적으로 석유 시설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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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키튼 비치에서 허리케인 헬렌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피해와 복구 상황에 대한 현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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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스라엘의 공격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스라엘에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하고 있다”며 “다만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시설을 공습 계획을 막기 위한 설득에 실패하고 있고, 이스라엘이 유대 새해 명절 로시 하샤나(2일 일몰~4일 일몰) 직후를 공격 시점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말로 해석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국제유가 폭등…“바이든 ‘돌출 발언’의 파장”



당장 이란의 석유시설 공습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바이든의 발언 직후 국제유가가 일제히 폭등했다.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15%(3.61달러) 오른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도 5.03%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전쟁 발발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뉴욕 증시도 등락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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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금요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라픽 하리리 국제공항이 배경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다히예의 한 건물에서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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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돌출(offhand) 발언이 시장과 중동에서 파장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과 시점을 암시한 것만으로 국제사회에 충격파를 줬다”며 “관련 정보를 알고 있을 핵심 인사 중 하나인 바이든이 그런 언급을 한 것은 놀라운(striking)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방부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든 우리(미국)는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브리핑 연단에 선 사브리나 싱 부대변인은 석유시설 공습 가능성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이란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지 논의한다는 것 외에는 말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만을 반복했다.



트럼프, “약한 지도자” 공격…무슬림 표심도 비상



통상적으로 외교·안보 문제는 대선의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의 중동 상황은 외교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두 개의 전쟁’을 관리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두 사람을 ‘약한 지도자’라고 규정한 뒤, 이를 외교뿐 아니라 통상과 국경문제 등 전분야에서 자신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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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7월 백악관에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며 손을 맞잡고 손짓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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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바이든 정부가 선거 표심을 의식해 이스라엘의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이스라엘이 대응할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의 보복을 지지하면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젊은층과 무슬림이 결집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2일 공개된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를 찍겠다는 무슬림 유권자들의 비율이 42%를 기록해, 41%에 그친 해리스보다 높았다.



해리스의 ‘아킬레스건’ 인플레 재차 압박하나



보다 직접적인 변수는 유가를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 압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년 내내 인플레이션으로 지지율 정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특히 기름값은 인플레이션 항목 가운데 유권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가장 민감한 분야로 꼽힌다. 트럼프가 적극적인 원유 채굴을 통해 ‘지구에서 가장 싼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을 경제 공약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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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새기노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는 동안 손가락을 머리에 가져가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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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역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4달러까지 치솟자 사상 최대 규모인 1억 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해 유가를 관리했다. 그런데 주요 원유 산지인 중동에서 전면전이 펼쳐질 경우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만약 대선 전 유가 폭등이 현실화하고, 바이든 정부가 이를 신속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해리스는 선거 막판 결정적 악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미국 최대 셰일업체 콘티넨털리소시스의 해럴드 햄 창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가 유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면서 비축유가 고갈됐다”며 바이든 정부가 유가 방어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CNN도 “11월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빠른 속도로 몰려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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