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4 (금)

[사설] 쌍특검법 또 부결, 국민 뜻 막아선 국민의힘 부끄럽지 않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4일 최종 부결됐다. 재석 300인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무효 2표가 나왔다. 108석 국민의힘 쪽에서도 4표의 이탈표가 나와 ‘여당 균열’ 숫자로 주목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가결 정족수인 3분의 2 이상 동의엔 미치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의 조직적 반대표로 김건희 특검은 두번째, 채상병 특검은 세번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틈만 나면 ‘공정’과 ‘반부패’를 내세워 야당과 전 정부를 공격한 한동훈 대표는 “이런 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특별검사 추천 형식 등을 반대 논리로 삼았지만, 직접 공언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는 뭉개고, 대표 취임 때 약속한 ‘국민 눈높이’ 정치도 또 저버린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법안 목적이 “이재명 구하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불법·비리 의혹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국민의 뜻을 막아선 여당 행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김건희 특검법안은 윤 대통령 부부와 검찰이 자초했다. 전 국민이 목격한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 ‘친윤’ 검사들은 대놓고 면죄부를 줬다. ‘특혜·성역은 없다’던 검찰총장 공언과 달리 경호처 출장 조사와 총장 패싱 등 숱한 절차상 논란을 야기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김 여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혐의 없음이 명백한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진정으로 떳떳하면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도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격노했고, 그후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에는 불법성 외압이 가해졌다.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 임성근 전 사단장을 살리기 위해 VIP에게 로비를 하겠다는 녹취록까지 나온 터다. 이 사건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안을 한 달이 넘도록 재가하지 않고 있다. 인력난이 극심한 공수처로서는 신속한 수사에 힘이 부친 상황이다.

쌍특검법안이 폐기됐다고 김 여사와 정권의 비리 의혹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올백 수수 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물론이고, 총선 공천 개입에 국민의힘 당무 개입까지 하루가 멀다고 김 여사 관련 의혹과 추문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 여사를 거론하며 이른바 ‘한동훈 공격 사주’ 논란을 빚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터지는 의혹·사건마다 권력 냄새가 요동치는 걸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민의힘은 이날 쌍특검법안 폐기를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야당은 10월 국회 국정감사 후 김 여사 관련 추가 의혹을 담아 특검법안을 다시 발의하기로 했다.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고, 시간도 많지 않다. 여당에서도 이대로 김 여사 문제를 덮고 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제 4명만 더 반기를 들어도 다음 특검법안은 통과된다. 국민의힘은 국민 편에 설 것인지, 김 여사 편에 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경향신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평균 92분, 14곳 ‘뺑뺑이’… 응급실 대란을 기록하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