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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앵커칼럼 오늘] 죄를 사(赦)하노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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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널린 자들아, 내가 그대들의 대변자다. 내가 수호성인이다."

고해성사에서 사제를 조롱한 살리에리가 사제처럼 정신병원 환자들을 축복합니다.

"네 죄를 사하노라, 네 죄를 사하노라…."

성당 주차장에 신부가 앉아 있습니다. 신자가 차에 탄 채 하는 고백을 듣고 축복합니다. 코로나 때 미국에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 고해입니다. 성당에 올 수 없다면 밖에서 듣겠다는 발상이지요.

"범죄자가 아니라고 부인해야 한다는 게 정말 치욕스럽습니다."

마피아 청문회에 불려 나온 보스가 당당하게 입장문을 읽습니다. 그를 혐오하던 상원의원이 갑자기 칭송하며 감쌉니다. 약점을 잡힌 겁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이 제 절친한 친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승사자가 모차르트를 찾아옵니다. 화난 얼굴을 돌리자 웃는 얼굴입니다. 그제 청문회가 그랬습니다.

"자, 못 다한 발언 하세요. 위원장이 진행 중이니까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자, 하세요."

증인들에게 저승사자 같던 분들이 나긋나긋한 천사가 됐습니다.

"이화영 증인 많이 힘드시죠? 힘내시기 바랍니다."

이 전 부지사는 중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 범죄 피의자입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형사 피고인입니다. 그런 사람을 민주당은 국회에 모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희한한데, 죄를 추궁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시급하고 중대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엎치락뒤치락 회유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범죄를 변명하고 1심 판결을 부정했습니다.

그 멍석을 민주당이 깔아줬습니다. 사법부 보라는 듯 재판정을 국회로 끌어들여 변호인단 노릇을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간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들, 헤아리기도 힘듭니다. 급기야 '방탄 청문회' 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기소돼 있다는 사실을 빼면 설명이 안 됩니다. 설마 이런 수준으로 재판부 판단을 흐릴 수 있다고 믿진 않았겠지요.

바흐의 마태수난곡 서른아홉째 아리아를 떠올립니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10월 4일 앵커칼럼 오늘 '죄를 사(赦)하노라, 내가'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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