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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종이? 안 사라져요"…프린터 세계 1위 회사가 찾아낸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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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 알토에 위치한 HP 본사. HP는 전 세계 프린터 점유율 1위·노트북PC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팔로 알토=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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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복사기 제조업체 제록스의 연구소장이던 조지 페이크는 앞으로 20년 뒤 미래 사무실 모습을 전망하며 1995년까지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이 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전자 문서가 보편화하면 업무에 종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그는 틀렸다.



“AI가 인쇄 방식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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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HP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 본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인 ‘HP 이매진 2024’를 열고 신형 AI 프린터·노트북 제품을 선보였다. HP 관계자가 ‘HP 프린트 AI’ 기능을 활용해 불필요한 여백이나 웹페이지 광고를 자동으로 제거한 뒤 인쇄하고 있다. 팔로 알토=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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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팔로알토 HP 본사에서 만난 오렐리오 마루기 HP 오피스 프린트 총괄은 “38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도 이미 ‘종이 없는 사무실’이 올 거라는 우울한 농담이 있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오늘날에도 종이는 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는 종이에 의존할 것”이라 말했다.

인공지능(AI) 구현이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의 숙제로 떠오른 가운데 전 세계 프린터 점유율 1위이자 노트북PC 점유율 2위 기업 HP는 종이와 AI의 더 스마트한 결합을 모색하고 있었다. 팬데믹 이후 하락세인 프린터 수요를 다시 키워야 하는 숙제 앞에서, HP는 AI에서 답을 찾고 있다.

마루기 총괄은 “AI는 앞으로 인간의 인쇄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 말했다. HP는 이날 가정용·사무용·산업용 프린터 기기와 생성 AI 서비스를 결합한 ‘HP 프린트 AI’를 시연해 보였다. 프린터 기기와 연결된 생성 AI가 불필요한 여백이나 웹페이지 광고를 감지해 자동으로 제거한 뒤 인쇄해주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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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 HP 본사에서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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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기 총괄은 “자료를 스캔하는 방식도 AI가 바꿀 수 있다”면서 HP의 ‘스캔 AI’를 소개했다. 그는 “이제 HP 스캐너가 문서에 있는 정보를 인식하고 해당 문서가 송장인지, 편지인지, 아니면 고객의 불만인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알아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린터 기기 제조에 그칠 게 아니라, 인쇄에 적합한 AI 솔루션을 만들 줄 알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2017년 삼성전자의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기업용 A3 프린터 시장에서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이 곧바로 10% 수준으로 뛰었다”면서 “HP로서는 매우 중요한 인수였고, 앞으로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 말했다. HP는 경기도 판교에 글로벌 A3 프린터 연구 거점을 두고 있다.



“AI 킬러앱, 곧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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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장 HP 소비자PC부문 수석부사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 HP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팔로 알토=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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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우버라는 앱은 없었죠. 아마 누군가 비슷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해도 ‘모르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서 이동한다’는 개념을 실제 기능으로 구현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AI PC는 이제 시작입니다. 물론 ‘AI 킬러앱’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반드시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무엘 장 HP 소비자PC부문 수석부사장은 “학습을 개인화할 수 있다는 것이 AI의 핵심”이라면서 “최근 시장에서 기대하는 AI 킬러 앱도 이런 기능을 바탕으로 나올 것”이라 말했다. 장 수석부사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인텔·LG전자를 거쳐 지난해부터 HP의 소비자 PC사업을 이끌고 있다. LG전자 실리콘밸리 연구소를 이끌 당시 독자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의 초석을 놓기도 했다.

그는 “AI는 인터넷의 등장 만큼이나 PC에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면서 “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의 등장에 따라 AI 성능과 배터리 사용 시간이 향상되면 소비자들의 PC 경험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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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HP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 본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인 ‘HP 이매진 2024’를 열고 신형 AI 프린터·노트북 제품을 선보였다. 팔로 알토=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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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HP는 인텔·AMD·퀄컴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AI 노트북PC를 출시했다. 소비자용 ‘옴니북 울트라 플립’과 ‘옴니북 X’, 기업용 ‘엘리트북 X’은 인텔의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2(코드명 루나레이크)와 퀄컴 스냅드래곤 X, AMD 라이젠 AI 300(코드명 스트릭스 포인트)을 각각 두뇌로 탑재했다. 신형 칩이 탑재된 AI PC들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지 않고 노트북PC에서 자체적으로 AI를 더 많이 구동한다.



“HP, AI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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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노팅엄 HP 첨단 컴퓨팅부문 수석부사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 HP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팔로 알토=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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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노팅엄 HP 첨단 컴퓨팅부문 수석부사장은 “엔비디아와 인텔·AMD 모두 훌륭한 칩을 만들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지는 않는다”면서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첨단 컴퓨팅과 AI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AI·데이터 사이언스 등 HP의 워크스테이션 부문을 총괄한다.

워크스테이션은 고도의 연산이나 공학 설계·통계 처리·금융 자료 분석·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전문가용 컴퓨터를 말한다. HP는 10년 넘게 한국 시장에서 워크스테이션 부문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AI 시대를 맞아 이제 HP는 하드웨어를 넘어선 솔루션 회사로 진화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고객이 AI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버에서의 AI와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AI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AI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뛰어난 성능의 첨단 컴퓨팅 구현을 위해 엔비디아·인텔·AMD은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 회사와도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로 알토=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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