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간 공실이던 밀리오레 명동쇼핑몰에 올리브영 등이 입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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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7년간 문이 닫혀있던 명동 밀리오레도 최근 새롭게 문을 열었다. 빈 공실이 채워진 건 밀리오레만이 아니다.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한자릿수로 하락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엔데믹 전환 이후 부쩍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효과가 컸다.
# 그렇다면 명동은 과거 '쇼핑 1번지'란 명성까지 회복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명동이 외국인 관광객만 찾는 관광지가 돼버린 지 오래라서다.
# 한국의 젊은층은 명동보다 특색 있는 '성수' '한남'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명동의 콧대 높은 임대료가 발목을 잡을 우려도 적지 않다. 작지만 개성 있는 브랜드들이 명동에 둥지를 틀기엔 임대료 벽이 높아도 너무 높다.
#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명동을 찾아줄지도 미지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만의 전통과 문화를 느낄 수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명동만의 즐길거리나 매력이 부족한 탓에 한번 방문하고 나면 재방문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거다. 명동의 봄은 정말 봄일까. 그 거리 속으로 들어가 봤다.
명동이 침체의 분위기를 털어낸 것은 맞지만, 쇼핑 1번지가 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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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은 전통적인 '쇼핑 1번지'로 꼽힌다. 특히 명동역 6번 출구와 맞닿은 '밀리오레'는 2000년대 명동의 랜드마크로 불렸다. 그랬던 명동 밀리오레가 최근 '만년 공실' 딱지를 벗어내고 새롭게 개점했다. 밀리오레의 재개장은 명동의 '봄'을 알리는 징표일까.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와 맞닿아 있는 명동 밀리오레는 명동의 랜드마크로 불렸던 곳이라서다. 밀리오레부터 명동예술극장까지 이어지는 300m가량의 메인거리엔 주요 패션 브랜드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역사가 제법 깊다. 2000년 당시 명동은 10~20대가 많이 찾는 패션 1번지였다.
하지만 이후 밀리오레는 각종 부침을 겪었다. 소유주 간 갈등을 빚은 지상 1~2층은 최근까지 공실로 남아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명동을 휘감았을 땐 밀리오레도 벼랑에 몰렸다. 글로벌 SPA 브랜드 'H&M'이 국내 1호점이던 '명동눈스퀘어점'을 폐점(2020년)하고, '유니클로'가 4층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철수(2021년)했을 정도였으니 밀리오레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밀리오레의 재개점은 명동의 부활을 의미할까. 명동이 과거처럼 '쇼핑 1번지'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확신하긴 어렵다. 침체의 분위기를 털어낸 것은 맞지만, 쇼핑 1번지가 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왜일까.
■ 봄바람의 경로 = 일단 명동에 봄바람이 깃든 건 사실이다. 명동을 괴롭혔던 '공실'은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3월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PB(Private Brand) '무신사 스탠다드'가 명동에 문을 연 데 이어, K-패션 브랜드 '마뗑킴(MatinKim)' 등도 명동에 진출했다.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0년(이하 2분기 기준) 제로였던 공실률은 2021년 43.3%까지 치솟았다가 올해엔 한자릿수(2.4%)로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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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상권인 강남대로, 홍대·합정 등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11.0%, 4.7%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동의 공실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22년 40.9%까지 높아졌던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현재 22.6%로 낮아졌다.
명동이 다시 활기를 띠는 건 외국인 관광객 덕분이다.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에 이어 팬데믹으로 발길이 끊겼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명동으로 몰려들고 있어서다. 여기엔 K-콘텐츠의 커다란 인기가 한몫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방한訪韓 외래 관광객 수는 156만3221명으로 전년 동월(108만9133명) 대비 43.5% 증가했다.
여전히 이들에게 명동은 관광 필수코스로 꼽힌다. 국내 H&B의 강자 올리브영이 명동에만 7번째 매장(명동역점)을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리브영 측은 "명동 내 점포의 경우 외국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면서 "이들 매장은 '영·중·일' 3개 국어로 안내하는 등 글로벌 특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찬바람의 경로 = 문제는 올리브영이 누리는 호재를 모든 상인들이 누리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명동에서 액세서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과거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만큼 구매력이 크지 않다"면서 "거리는 붐비지만 매출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2023년 9월~2024년 8월 기준) 명동을 포함한 서울 중구의 관광소비액(한국관광공사)은 총 1조50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가량 줄었다. 감소세를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서울시가 올해 2분기 명동의 4958개 점포를 분석한 결과 월평균 매출액은 1932만원으로 전년 동기(1936만원) 되레 쪼그라들었다. 명동이 쇼핑 1번지 명성을 되찾으려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찾는 곳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온라인 위주로 소비하는 데다, 오프라인에선 명동보다 특색 있는 점포가 즐비한 '성수' '한남' '연남' 등을 선호한다.[※참고: 오픈서베이의 '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조사 결과(2024년), 20·30대 여성 소비자의 패션 제품 온라인 소비 비중은 각각 72.4%, 71.0%에 달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지적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개성 있는 브랜드들은 성수·한남 등에서 주로 팝업스토어 등을 진행한다. 명동은 '힙한 상권'에선 벗어나 있어 다시 과거와 같은 쇼핑 메카가 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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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금싸라기라 일컬어지는 명동의 높은 땅값도 한몫하고 있다. 명동이 다시 붐비기 시작하면서 임대료는 고공상승하고 있다. 명동의 소규모 상가 평균 임대료(이하 1㎡당)는 14만2850원, 중대형 상가 평균 임대료는 19만7630원에 달한다.
서울 도심 평균 임대료 6만7740원, 8만5580원을 2배 이상 웃돈다.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비싸다. MZ세대가 좋아하는 '힙한 브랜드' 중 이렇게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유통컨설팅 전문업체 김영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과거 유커만큼 크지 않다. 결국 명동도 오프라인에서 경쟁력 있는 차별화한 브랜드들이 들어와야 상권으로서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밀리오레에서 시작한 봄바람은 명동 전체를 덮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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