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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미국·중국보다 열 살 어린 인도, 지금 투자하면 늦을까?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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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도 펀드 순유입 1조 넘어
가파른 성장세·젊고 풍부한 인구
생산 넘어 거대 내수시장 기대감
직접투자 사실상 불가... ETF 주목
"연금계좌 등으로 장기·적립 투자"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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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6월 4일 인도 뉴델리의 인도국민당(BJP) 당사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V' 자를 그리며 인사하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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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연속 상승 중인 뜨거운 주식 시장이 있습니다. ‘신흥국 대장’ 지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인도 증시입니다.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대표 우량주 50개로 구성된 니프티50지수는 연초부터 지금까지 20% 가까이 뛰었고, 최근 1년간 수익률은 33.15%에 달해요. 미국 증시에 준하는 성적이고, 5년 수익률로 보면 오히려 나스닥을 앞지른답니다. 인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4조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증시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다음으로 4위권에 안착하기도 했어요.

국내에서도 인도를 찾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37개에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1조2,09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어요. 같은 기간 중국 펀드에서 7,991억 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죠. 지난 5년간 수익률이 한 번도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인도 펀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은 33.95%, 3년 수익률 49.93%, 5년 수익률은 145.38%로 중국, 베트남, 브라질 등 여타 신흥국은 물론 일본 펀드 성과보다 꾸준히 웃돌았어요.

이쯤 되니 ‘투자 좀 해봤다’ 하는 분이면 인도 투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워낙 많이 올랐다 보니 뒷북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 드는 게 사실이에요. 인도 투자,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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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도 니프티50 지수 추이.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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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역동적인 인도 경제... 개인투자자도 급증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도의 성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에요. 지난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인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8.2%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어요.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7%로 올려 잡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현재 세계 5위인 인도 경제가 2028년엔 일본과 독일을 추월해 3위까지 발돋움할 수 있다는 낙관적 분석을 내놨죠.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꼽히면서 애플,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예요.

인구 구조도 인도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인구 14억3,000만 명의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숫자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중국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인도 국민 평균연령은 28세로 중국(39세), 미국(38세)보다 열 살이나 어리다고 해요. 또 높은 교육 수준과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갖춰 매년 100만 명의 뛰어난 수학·과학 영재를 양성하고 있죠. 올해 출범한 3기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제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해 청년 실업률이 낮아지면 소비력이 커지고 거대한 내수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요.

주식시장 측면에선 인도 내 개인투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에요. NSE는 올해 8월 등록 개인투자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어요. 특히 인상적인 건 증가 속도입니다. 4,000만 명 달성까지는 25년이 넘게 걸렸지만 9,000만 명에서 마지막 1,000만 명을 유치하는 데는 단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어요. 디지털 금융 거래 인프라가 마련되고, 소득의 일정 금액을 꾸준히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가 중산층의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한 덕분이죠. 견조한 내국인 수급은 인도 증시 변동성을 낮춰주는 안전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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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중국 인구 추이.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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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투자 어려워… 업종·종목 특화 ETF 주목


인도에는 시가총액 기준 가장 큰 증권거래소인 NSE와 1875년에 설립된 가장 오래된 거래소인 뭄바이증권거래소(BSE)가 있어요. 각각 2,000여 개와 5,000여 개 기업이 상장돼 있지만, 국내 증권사 중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습니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인도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창구는 막혀 있는 셈이죠. 대신 공모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요. 위에서 언급했듯 양호한 수익률을 내고 있는 인도 관련 펀드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건 ETF 상품입니다. ETF는 개별 주식처럼 매매가 편리하고, 거래 비용이 낮은 데다 펀드와 달리 종목 구성 등 투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선호가 높거든요. 현재 국내에 상장된 인도 ETF는 총 9개인데 이 중 4개가 올해 출시됐어요. 지난해 4월까지 상장된 5개는 모두 니프티5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이 24~48%에 분포하고 있어요. 올해 상장된 4종은 투자 대상을 더 세분화했다는 게 특징입니다.

나에게 맞는 상품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장기 투자’를 대전제로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비즈니스본부장에게 조언을 구해봤습니다. 우선 “인도에 대해 잘 모르고, 해외주식 투자 경험도 적은 ‘기초반’에는 대표 지수에 투자하는 ETF가 적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에 집중 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에겐 맞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대표 지수는 성장 중인 종목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성장해 시가총액이 커진 종목을 편입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중·고급반 투자자라면 소수 업종과 종목에 집중한 ETF를 선별해야 개별종목 투자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현 본부장의 판단입니다.

관련 상품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삼성자산운용이 5월 상장한 ‘KODEX 인도 타타그룹’은 대기업 타타그룹 산하 소비재, 정보기술(IT) 등 10개 계열사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에요. 같은 달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인도 대표 소비재 기업 상위 20곳에 투자하는 ‘TIGER 인도 빌리언컨슈머’를 선보였어요. 지난달 10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액티브형 인도 ETF인 ‘ACE 인도 컨슈머파워액티브’와 ‘ACE 인도 시장대표 BIG5그룹액티브’를 출시했습니다. 각각 가전 등 자유소비재 업종과 인도 대표 상위 5대 그룹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기초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형과 달리 펀드매니저가 종목과 비율을 조정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액티브형 상품이라는 점이 새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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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인도 상장지수펀드(ETF) 1년 수익률.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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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목돈 투자 아닌 연금 등 장기·적립 투자를”


투자 방법과 상품을 살펴보고 나니 남는 고민은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네요. 한 가지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고, 투자자 성향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죠. 자산가 고객을 주로 만나는 정상진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지점 Gold PB팀장은 “지금껏 중국 시장에 투자했던 비중, 즉 전체 포트폴리오의 10% 정도는 인도 증시에 장기 적립식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면서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현동식 본부장도 “아직은 중국 투자자금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데 장기적인 성장 전망 차이를 고려해 인도와 자금 배분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합리적 결정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장기간 안정적 수익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연금 등 연금 계좌에 넣어두기에도 좋다는 평가입니다. 애초에 장기 투자를 위한 계좌인 데다, 세금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매매 차익이 있어도 당장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과세 이연), 과세표준 계산 때 이익과 손실분을 통틀어 계산할 수 있는 데다(손익 통산),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거든요.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땐 세율 자체도 낮아져요.

시장에선 인도 증시가 단기 과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현재 인도 증시 주요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4배 정도로 신흥국 평균(12배)의 두 배에 이르는 상태예요. 정부 부양책 발표 이후 중국 주식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신흥국 내 경쟁자인 인도 증시는 잠시 쉬어 갈 것이란 전망도 뒤따르고 있어요.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죠. 하지만 여러 분산 투자처 중 하나로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면 전략을 크게 흔들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도 경제의 성장 기반과 전망에 큰 변수가 생긴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꼭 기억하세요! 모든 투자에는 손실 위험이 뒤따르고, 결정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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