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한국 미술가들 런던 종횡무진…올가을 세계의 눈길 쏠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미래 작가가 2022년 부산비엔날레 당시 영도 옛 조선소 터에 신작으로 내놓았던 대형 설치 작품 ‘구멍이 많은 풍경-영도 바다 피부’. 부산비엔날레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주 세계 미술계는 영국 수도 런던에 몰려온 한국 작가들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술 심장부로 꼽히는 런던의 일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국내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초유의 대형 작품 마당을 잇따라 펼친다. 단순한 단체전이나 작가 소개전이 아니라 작품 내용 자체가 세계적 이슈와 담론이 될 수도 있는 중량급 기획 전시들이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는 조각도 출신 이미래(36) 작가다. 세계 최고 권위와 명망을 지닌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터빈홀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 단독 개인전을 펼친다. 과거 화력발전소였던 이 미술관에서 터빈홀은 터빈 발전시설이 있었던 대형 전시 공간. 높이 35m, 폭 23m, 길이 155m 규모로 미술관의 얼굴이라 할 만한 곳이다. 현대자동차 지원으로 테이트모던이 매년 한명씩 작가를 뽑아 대형 신작을 선보이게 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루이즈 부르주아, 애니시 커푸어, 아이웨이웨이, 필리프 파레노, 아니카 이 등 현재 세계 미술계를 주름잡는 대가들이 거쳐갔다.



이 작가는 한국 아트선재센터 전시와 부산비엔날레 2022 전시 등에서 기계장치와 호스 등을 결합시켜 동물 내장을 드러낸 듯한 유기체의 기괴한 이미지와 마대 자락이 펄럭거리는 휑한 철골을 드러낸 대형 구조물의 유약한 면모를 부각시켰다. 2022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와 지난해 미국 뉴 뮤지엄 개인전 이후 일취월장하면서 테이트모던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움직이지 않고 경직된 기존 조각의 틀을 깨부수고 지금 사람들의 내면과 감성적으로 직결되는 작업을 하겠다는 그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터빈홀을 어떤 모양새로 채울지 시선이 쏠린다.



공교롭게도 2년 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 당시 한국 작가로 나란히 전시했던 춤꾼 출신 정금형씨도 지난달 25일 런던현대미술관(ICA)에서 개인전 ‘공사 중’을 시작했다. 마네킹, 헬스 용구 같은 일상생활용품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몸과 기계의 관계를 성찰해온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조각품, 피규어 조형물, 비디오 설치물, 기계와 몸이 결합된 라이브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독일 등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면서 한국 미술계의 글로벌 대표 작가로 꼽혀온 양혜규(53)씨는 9일 템스강 사우스뱅크의 공공미술관인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개인전 ‘윤년’을 개막한다. 양 작가는 차양막, 건조대, 전구 등 일상 기물들을 재조합한 매체 작업에 이어 최근에는 토속적·심령적인 분위기의 실과 구슬 같은 설치 구조물 등으로 서구 평단의 눈길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 나는 조각’ ‘중간 유형’ ‘황홀망’ 등 주요 연작들과 함께 2006년 과거 작가가 살았던 인천 폐가에서 연 첫 개인전 ‘사동 30번지’ 전시 현장을 다시 꾸려 내보일 예정이다.



현재 한국 리얼리즘 화단에서 현역 작가로는 최고 대가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평을 받는 서용선(73) 작가는 12일부터 빅토리아앤앨버트 뮤지엄 근처 크롬웰 플레이스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10여점의 작품만 나오지만 오랫동안 풍경과 사람에 천착해온 작가의 그림 이력을 현지 미술계에 처음 소개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선구자인 원로 작가 김구림(88)씨는 9~13일 열리는 세계적인 미술품 장터 프리즈 런던의 마스터스 단독 전시(가나아트)에 1970년대 전위회화 등을 출품한다.



회화와 조각 작업을 통해 디지털화한 일상의 이미지들을 포착해온 정희민(37) 작가도 다국적 화랑 타데우스 로파크의 런던 지점인 일리하우스에서 8일부터 11월20일까지 개인전 ‘움브라’를 연다. 타데우스 로파크는 안젤름 키퍼, 게오르크 바젤리츠 등 거장이 속한 명문 화랑으로, 한국 작가 개인전은 이불 이래 두번째다.



한국 주요 건축가 중 한명인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가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켄징턴 정원의 서펀타인 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군도의 여백’이란 제목의 파빌리온 프로젝트도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펀타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갤러리가 매년 건축가 1명을 선정해 한시적으로 꾸리는 건축 프로젝트다. 자하 하디드, 페터 춤토르 등 유명 건축가들이 작업한 바 있는데, 한국 작가로는 처음이다. 조 건축가는 중심부 마당을 갤러리, 도서관, 티하우스, 플레이타워, 강당 등 5개 공간이 에워싼 형태로 설계한 작품을 내보이는 중이다.



한겨레

이불 작가가 지난달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정면 외벽(파사드) 감실 네 곳에 설치한 조형물 가운데 한 작품. 노형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서 펼친 국내 중견 작가들의 돋보이는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불 작가는 지난달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정면 외벽(파사드) 감실 네 곳에 인상적인 조형물을 설치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이불, 롱 테일 헤일로’란 제목의 전시 프로젝트다. 인간의 몸에 피카소의 큐비즘이나 이탈리아 미래파 조각 이미지가 덧붙은 듯한 조형물 두 점과 동물이 무언가를 뿜어내는 듯한 조형물 두 점으로 구성된 이 조형물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와 시간 속에서 미학과 삶의 의미를 모호하고 다의적 이미지들을 통해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수자 작가는 지난 3~9월 파리의 중심인 파리1구에 있는 사립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BdC)에 418개 거울로 만든 무한의 공간을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한국 작가들의 런던 전시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글로벌 작가로 우뚝 선 서도호씨는 내년 5월1일~10월26일 테이트모던에서 현대자동차 후원 아래 30여년 미술 여정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서베이 전시회를 연다. 내년 9월에는 실력파 영상작가 전소정씨가 영국 터너상 수상 작가들의 산실로 알려진 런던 비영리 대안공간 더쇼룸에서 개인전을 차릴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