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빅토리'·'우천사'… 영화는 왜 레트로에 빠졌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한제이 감독 "고증 위해 노력했다"
한국일보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1999년 세기말, 세상이 멸망할지라도 어디든 함께일 주영과 예지의 가장 순수했던 그 시절의 온기를 그린 Y2K 로맨스 영화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레트로 열풍이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다. 복고풍의 노래들이 리스너들을 만난 것은 물론 키링, 크롭티 등의 패션 아이템이 유행했다. 영화계에서도 레트로 사랑은 이어지는 중이다. 개봉을 앞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1999년 세기말, 세상이 멸망할지라도 어디든 함께일 주영과 예지의 가장 순수했던 그 시절의 온기를 그린 Y2K 로맨스 영화다. 오는 16일 개봉 예정이다. 박수연이 주영 역을, 이유미가 예지 역을 맡았다. 제24회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수상하고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에 선정된 바 있다.

작품은 소녀들의 로맨스를 담아낸다. 주영과 예지의 키스신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한 장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어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주영은 코치의 폭력과 차별 때문에 태권도를 포기하는 인물이다. 학생들은 결국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선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에서는 유쾌한 장면과 묵직한 메시지가 조화를 이룬다.

타깃층 넓히는 레트로 분위기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가 더욱 시선을 모으는 이유는 이 영화에 레트로 분위기가 잘 담겼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앞서 여러 작품들이 복고풍 배경과 소품으로 시선을 모았다. 지난 8월 개봉한 '빅토리' 역시 1999년 세기말을 배경으로 한다.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지난해 개봉작 '밀수'의 배경은 1970년대다. 레트로풍의 작품들은 이처럼 꾸준히 등장하는 중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본지에 "영화가 복고풍이면 타깃층을 더욱 넓힐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령 세기말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빅토리'의 경우, 젊은 관객들과 1999년 청춘이었던 관객들의 시선을 모두 사로잡았다.

그 시대의 특수한 상황들이 주는 효과도 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한제이 감독은 본지에 "1999년을 배경으로 선택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저희 영화의 메인 플롯인 첫사랑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1999년은 종말론의 시대였다.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종말론의 시대와 누군가를 처음 사랑하게 되는 감정을 느끼는 첫사랑의 시절이 맞물리면서 생기는 아이러니가 극의 분위기와 인물들의 감정을 더 깊게 만들어 줄 것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또한 "삐삐, 손편지, 집 전화 등 아날로그스러운 것들에서 생기는 어긋남의 순간들이 사랑 이야기에서 절절함과 애틋함을 더 잘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감독은 두 번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폭력에 대한 대응과 아이들의 연대' 관점에서 보자면 그 시대에는 체육계내의 폭력, 폭행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고 그에 대한 대응도 쉽사리 할 수 없었다. 학교 내에서도 이를 무마시키기 쉬웠고, 선후배 간의 내리폭력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 시절에는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명목 하에 폭력이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모두에게 폭력이 지금보다 당연시되고 그에 대응하지 않던 게 익숙했다. 그 시절과 관련해 마냥 밝고 행복하고 낭만적인 순간만을 다룬 영화들이 많지만, 우리 작품은 그 시절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 모두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립영화로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날에도 여전히 뉴스가 체육계 내 성폭행을 다뤘다는 점을 밝히며 작품이 "현 시대의 문제는 과연 얼마나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알렸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팀의 노력

한국일보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팀은 레트로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팀은 레트로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 감독은 본지에 "미술팀, 의상팀과 고증을 위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미술팀원 중 한 명이 동네 태권도장에 가서 그 시절 태권도 가방을 구해 오기도 했다. 그 시절 대회장의 장판 색이 달라 없는 예산에 장판도 갈아 끼웠다"고 말했다. 또한 "제일 노력한 부분은 예산이 적다 보니 로케이션 헌팅이었다. 그 시절의 느낌이 나는 동네와 집을 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 내에서 나오는 구간을 적게 하는 대신 나오는 곳의 고증은 확실히 하려고 했다. 집 같은 경우는 방 하나의 도배, 장판을 다시 하고 가구를 새로 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시절의 잡지를 참고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의상을 선택했다고 알렸다.

가을 극장가에서도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를 통해 레트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재미와 의미를 모두 선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