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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공공분야 갑질 근절대책’ 6년…지자체 3곳 실태조사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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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17개 자치단체 사건 처리 현황’ 발표

대구·세종·전남 등,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시행 않아

공공분야 신고 되레 줄어…“조직문화 신고 방해 의심”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부가 2018년부터 공공분야에서 갑질을 막고자 기관별로 반기마다 실태조사를 진행하도록 했지만, 대구·세종·전남 등 3곳의 광역시도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데일리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이미지=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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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1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현황’을 받아 이러한 내용이 담긴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숨어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발견하려는 목적으로 ‘반기별 기관 차원 갑질 실태조사’를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기준에 맞춰 연 2회 실태조사를 꾸준히 실시한 광역자치 단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제주도가 2021년부터 연 2회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 실태조사를 시행해 온 광역자치단체는 광주, 대전, 울산, 전북, 경남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세종, 전남의 경우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실태 조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남은 연내 실태조사가 예정돼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밝혔다.

공공분야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신고 건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4년 5월까지 4년 5개월간 광역자치단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581건으로 나타났다. 2020년 105건부터 2022년 156건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2023년은 127건으로 전년 대비 18.5% 감소했다. 서울시의 경우 2022년 66건에서 2023년 33건으로 신고건수가 반 토막이 났다.

직장갑질119는 이러한 감소 추세와 관련해 실제로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노동청 등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도나 조직문화 등이 신고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노동청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20년 5823건에서 2023년 1만 96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직장갑질119 올해 2분기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 종사자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이 25.8%, 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 죽음 등을 고민한 경험이 있다는 공공기관 종사자 응답에 20%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 또는 갑질 관련 조례에 ‘허위 신고’, ‘거짓 신고’ 관련 내용을 포함한 광역시도는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경남 등 11곳이었다. 이 중 부산을 제외한 10곳은 허위 신고 시 징계처분이 가능하다는 내용까지 조례에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측은 “조례까지 ‘징계처분 요구’ 등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길 경우 피해자들은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으면 허위 신고로 몰려 징계당하지 않을지 우려해 신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공무원들이 직장 내에서 겪은 괴롭힘 사례를 소개했다. 공무원 A씨는 “상급자가 하루 몇 시간씩 불필요한 면담을 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괴롭힘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냥 넘어가야 할지,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신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불필요한 업무 지시와 성희롱을 당한 것이 억울하면서도 신고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저만 참으면 되는 것인가 싶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소속 김성호 노무사는 “2023년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이 새로운 정부와 공직사회의 태도변화로 인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직장 폭력이라는 점에서 민간기업 노동자와 공무원을 달리 대우할 수 없으므로 공무원에게도 근로기준법의 관련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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