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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모사드가 던진 미끼, 헤즈볼라 좋다며 물었다”...3천여명 사상 ‘삐삐폭탄’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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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 고안해 이스라엘내 제조”


매일경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에서 폭발한 호출기 잔해 [사진 출처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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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레바논에서 일어난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건은 폭탄이 숨겨진 삐삐 설계부터 제조와 공급까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치밀한 작전 결과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헤즈볼라 지도부는 대만산 삐삐의 공급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조직 관리와 전투에 적합한 추적 방지와 배터리 성능 등 제품 기능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5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과 아랍권, 미국의 안보 당국자와 정치인, 외교관, 레바논 관리, 헤즈볼라와 가까운 인사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삐삐 작전을 벌이는 세부 과정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삐삐 폭탄’의 작전 구상은 2022년에 처음 나왔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촉발되기 1년 전이었다.

헤즈볼라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도청과 해킹, 추적을 우려했는데 모사드는 이 점을 이용했다. 모사드는 헤즈볼라 내부에 침투하기 위해 의심을 살 수 있는 미국이나 다른 이스라엘 동맹국의 업체가 아닌 대만 브랜드를 내세웠다.

헤즈볼라는 2023년 대만 브랜드인 아폴로 호출기(AR924 기종) 대량 구매 제안을 받는다. 이 제안은 아폴로와 관련 있는 전 중동 영업 담당자에 의해 이뤄졌다. 신원과 국적을 밝히길 거부한 여성으로, 자신의 회사를 세워 아폴로 호출기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았다. 다만 여성은 이 호출기가 실제 모사드의 감독하에 조립됐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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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사건 후 병원으로 이동 중인 부상자들. [사진 출처 = EPA 연합뉴스]


게다가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이 호출기를 추적할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헤즈볼라 지도부는 이 모델에 깊은 인상을 받고 5000개를 구매해 전투원과 지원요원에게 나눠줬다.

이 호출기의 무게는 85g 미만으로 강력한 소형 폭발물이 숨겨져 있는 배터리 팩이 장착됐다. 특히 호출기에는 헤즈볼라가 분해해도 사실상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폭탄 부품이 조심스럽게 숨겨져 있었다.

모사드는 또한 호출기 폭발 시 피해를 키우기 위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려면 두 손으로 두 개의 버튼을 누르도록 설계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용자 대부분이 폭발 당시 손과 얼굴을 크게 다쳤다.

이스라엘의 선출직 고위 관료들도 삐삐 폭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 12일 헤즈볼라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정보 참모들을 소집하고 나서야 호출기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 폭탄의 사용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헤즈볼라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으나 헤즈볼라의 대규모 미사일 보복 공격과 이란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호출기의 폭탄이 발견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가 작전을 승인하면서 지난 17일 무선호출기를 폭발시켰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와해된 틈을 타 그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같은 달 27일 폭사시키고 사흘 뒤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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