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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번엔 휴학 기싸움이냐”…환자들 숨 넘어가는데, 정부 vs 의료계 또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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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 비상대책’ 발표
‘동맹휴학 불허’ 방침은 유지
내년에도 복귀 안하면 유급·제적
의대 교육과정 ‘6→5년 단축’ 검토
의료계 “정부 대책은 공개 협박”


매일경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학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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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에 들어간 지 8개월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내년에 복귀하기로 하는 의대생에 한해 제한적으로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가 전국 최초로 의대생의 집단 휴학을 승인한 뒤 다른 대학들의 동요가 커지자 정부가 일단 조건부 휴학 허용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다만 의료계는 정부의 유화책에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의대교육 파행은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했다. ‘동맹휴학은 불허한다’는 기존의 입장은 유지하지만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휴학 사유와 그 증빙 자료 등을 검토해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의 사유가 아니므로 앞으로도 허가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휴학 의사를 표명하는 미복귀 학생들에 대해서는 25학년도 시작에 맞추어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휴학 의사 및 개별적·개인적 휴학 사유 여부, 복귀시점을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해 휴학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년부터는 유급·제적 등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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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의대는 이에 따라 의대생들의 2024년도 휴학을 승인할 경우 2024학년도와 2025학년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수립해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각 대학별 증원과 복학 규모, 교육 여건 등 서로 다른 상황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2025학년도 신입생에게 수강 신청과 분반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속칭 ‘족보’로 불리는 학습지원자료를 공유·지원하는 ‘의대교육지원센터(가칭)’도 만들어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상담도 가능케 해 집단행동을 강요하는 행위로부터 신입생을 보호하도록 했다.

다만 각 대학들이 나름대로 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올해 수업을 듣지 않은 예과 1학년 3000여명에 증원된 신입생까지 약 7500여명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미증유의 사태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추후 각 대학들이 휴학과 복학 규모를 관리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학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우선 교육 여건, 탄력적 교육과정 운영, 대학 전체의 인적·물적 자원 활용 등을 고려한 ‘정원을 초과해 최대한 교육할 수 있는 학생 수’를 학칙에 반영해 운영하도록 했다. 또 2개 학기 초과 연속 휴학 제한 규정을 학칙에 추가해 의료 인력 양성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만일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총장의 허가를 받아 휴학 연장을 가능케하는 보완 규정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현행 6년제로 마련된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원래 예과 2년·본과 4년 등을 거쳐야 하지만 올해 의정 갈등의 여파가 추후 배출될 의료인력 수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5년으로 줄이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의사 국가시험·전공의 선발 시기 유연화도 추진한다.

정부로서는 휴학을 절대 승인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선 것이지만 얼마나 많은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이날 “의대생들의 유효 휴학 승인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직 모른다. 현재 대다수 학생이 휴학원을 내서 유급·제적 등 부분도 학년말이 되어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 교육의 질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서 의대 교육기간의 단축 역시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이번 교육부 방침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 소재 한 수련병원 교수는 “자진 휴학 중인 의대생에게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제적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개협박”이라며 “정부 말대로라면 내년 의예과 1학년은 7500명이 확정되는 건데, 그 규모의 의대 교육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의사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이유로 의대 교육과정도 5년으로 단축한다는데 그럴거면 아예 의대를 2년짜리 전문대학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나”라며 “의료계 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 태도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렇게까지 마음대로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대 교수들을 향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2학기 중간고사까지 마무리된 시점에 1학기 휴학 승인에 대해 이제야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뒷북이라는 것이다. 경기 소재 수련병원에서 근무했던 사직 전공의 A씨는 “의대 교수들은 학교에 학생들 휴학을 승인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지금의 의료농단을 막기 위해 전공의들과 함께 사직을 해야 한다”며 “사직을 못하겠으면 휴직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는 “의대 교수들이 사명감이 있었다면 진작에 그만두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성명서 하나로 대충 때울 것 같은데 자식 못 지키는 부모가 부모 자격 없듯 제자 못 시키는 스승도 필요없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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