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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살률이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 자살률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걱정을 깊게 한다. 어느 한 가지 원인만을 꼽을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현상이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고립 속에서 고통받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자살률)는 27.3명을 기록했다. 무려 1만3,9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년보다 8.3%(1,072명)나 증가했다. OECD 기준 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한국이 24.8명을 기록, OECD 평균(10.7명)과 큰 차이를 보이며 1위였다.
한국은 ‘자살 공화국’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고, 새로운 뉴스도 아닐 만큼 고착화됐다. 지난해 정부는 10년 주기인 정신건강 검진을 2년 주기로 단축하는 등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자살률을 18.2명(2021년 대비 30%)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4차 기본계획에서도 자살률을 2022년 17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실패했던 것을 보면, 겉핥기식 대책의 한계는 자명하다.
지난해 60대(13.6%), 50대(12.1%), 10대(10.4%)의 자살률 증가가 가팔랐던 것을 보면, 장년층과 청소년의 위기가 보인다. 경제적 지원의 부재, 승자독식과 지나친 경쟁, 사회적 차별과 고립은 지금도 누군가의 귀한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로조건이 바뀐 집단은 정규직을 유지한 집단보다 자살 생각을 할 확률이 2.07배 높아지고(서울대 연구), 성소수자 청년의 41.5%가 ‘최근 1년간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 있다’는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원인은 도처에 있다.
자살률이 높다는 건 그 사회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의 고통은 아랑곳없다는 듯 생산적인 입법 활동보다 정쟁에 바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치가 답이 없다면 정부와 지자체라도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하며, 국민 개개인도 주변을 돌아보고 소외된 곳에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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