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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사설] 조건부 휴학 승인, 의대 교육 정상화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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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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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육 파행 장기화에 정부의 방침 수정





의·정 갈등 해소 위한 현실적 대안 찾아가야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길게는 9개월째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의 휴학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어제 언론 브리핑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1학기 수업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 휴학을 허용하되 그렇지 않으면 유급이나 제적 처분을 하겠다는 게 이번 발표의 골자다. 지난 6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했던 정부가 결국 의대생들의 휴학계 승인 금지 방침도 철회한 셈이다. 의대 교육의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1년간 교육 공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임을 정부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의대생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실한 교육으로 자격 미달의 의사가 배출되는 걸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별개로 의대 교육의 질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전국의 의대 정원은 올해 3058명에서 내년 4567명으로 늘었다. 올해 의대 1학년이 대부분 휴학하거나 유급한다면 내년에는 7600여 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일부 지방 의대에선 기존 정원의 몇 배로 증가한 신입생을 교육해야 할 처지다. 이들을 제대로 된 의사로 길러 내려면 부족한 강의실과 교수진, 각종 실습 여건까지 해결해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교수를 충원하고 강의실을 추가로 지어 의학 교육의 질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의구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을 억지로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키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서울대 의대가 최근 의대생 휴학을 전격 승인한 데는 이런 교육적 고민이 바탕에 깔렸다고 본다. 다른 의대에서도 서울대를 따라갈 기미가 보이자 정부로선 무조건 휴학 금지라는 강경책을 고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현재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과정이 신성불가침은 아닌 만큼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다면 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의견 수렴과 외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할 문제다.

의료계와 정부는 이제라도 소모적 갈등을 멈추고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의학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때다. 전국 40개 의대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인원은 전체의 3.4%, 실제로 수업에 복귀한 인원은 2.8%에 그쳤다. 일부 의대생은 내년 1학기에도 복귀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신규 의사 배출이 2년 연속으로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면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 의료계와 정부는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모는 자존심 싸움을 끝내고 이제 건설적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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