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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수조 원대 '머니게임' 이어 사법 리스크 공방… 승자의 저주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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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가 83만원 맞불

주가 한달전보다 43% 이상 급증

기업가치 급락땐 투자자 피해 우려

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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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둔 분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수조 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쩐의 전쟁’으로 격화되는 가운데 ‘승자의 저주’로 마무리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단기간 급등한 주가는 급락이 예견돼 있어 개인투자자 손실도 우려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연합) 간 경영권 분쟁 변수는 공개매수가 조정보다 사법 리스크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양측 모두 인수합병(M&A)에 대한 명분 공방, 공격적인 자금 투입 카드를 모두 소진한 만큼 법원의 공개매수에 대한 위법성 판단 여부가 주주를 설득시킬 수 있는 마지막 전략으로 여겨진다.

앞서 법원은 지난 2일 MBK연합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가가 83만원까지 높아지며 양측 모두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어 추가적인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공개매수가격을 더 올리면 ‘승자의 저주’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제기한 상대방에 대한 위법성 여부가 승패를 가를 마스터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양측은 지난 4일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83만원까지 상향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위해 MBK연합 3조6000억원, 고려아연 3조1000억원 등 양측은 7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는 MBK연합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83만원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취득 예정 주식 수는 320만9009주이며 전체 발행 주식 수 중 15.5%에 해당한다. 고려아연 측 백기사인 베인캐피털도 공동매수자로 참여해 고려아연 주식 51만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전체 발행 주식 수 중 2.5%에 해당하는 규모며 총 4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들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23일까지다.

고려아연 공세에 MBK연합도 맞불작전을 펼쳤다. MBK연합은 당초 6일로 종료 예정이었던 공개매수 기간을 14일까지 연장하면서 공개매수가를 동일하게 83만원으로 올렸다. 또한 고려아연 측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삿돈을 이용한 경영권 지키기로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위법성이 다분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연합의 정당한 공개매수가 방해를 받았다”며 “시장에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등 법적 리스크가 많고, 회사 및 남은 주주들에게 재무적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 충분히 이해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건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적 판단과 함께 또 하나의 변수로 떠 오른 사안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며 공시한 자기자금 1조5000억원에 사모사채 발행액 1조원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신고서에 사모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1조원이 이미 현금으로 법인 계좌에 들어 있어 자기자금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당시에는 1조7000억원의 금융기관 단기 차입과 1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발행으로 2조7000억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개매수 대금 2조7000억원 중 1조5000억원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중 1조원은 메리츠금융그룹이 발행한 사모사채, 4000억원은 기업어음(CP)를 발행해 조달하며 논란을 가져왔다. 고려아연이 투입한 실제 자기자금은 1000억원에 불과하고 대부분을 빌렸지만 이미 현금화 해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자기자금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차입한 돈을 자기자금으로 공시하며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자기자금 1조5000억원과 차입금 1조2000억원, 베인캐피털 4000억원, 남은 차입 한도 1조5000억원을 모두 더해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금액이 자기자금에 포함됐다는 점이 밝혀지며 고려아연의 자기자금 동원력은 시장 예상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과 MBK연합 간 ‘머니게임’에 고려아연 주가는 같은 날 77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9월 초(54만2000원)보다 43.17%(23만4000원), 공개매수 시작 전인 같은 달 12일(55만6000원)보다 39.57%(22만원) 오른 수준이다.

한편 양측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가치가 급속도로 과열되면서 개인투자자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 고려아연 등 관련 기업 주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익실현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도 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 신용잔액은 지난달 9거래일 연속 증가하는 등 9월 30일 기준 673억원을 넘어서는 등 개인투자자 투자심리가 몰렸다. 하지만 지난 2일에는 615억원 수준까지 줄어드는 등 투자심리 변화가 감지된다.
아주경제=홍승우 기자 hongscoop@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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