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가자전쟁 1년 지났는데…美, 하마스 정보수집 아직도 난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정보당국, 시스템 개선 노력 속 헤즈볼라·우크라·중국에 더 관심"

"하마스에 대한 정보 부족, 휴전 협상 제안 실패에도 영향 줘"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유니스의 난민촌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지난해 10월 7일 새벽.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무장대원 3천여명을 분리 장벽 너머 이스라엘 남부로 침투시켰다.

키부츠(집단농장)가 즐비한 이스라엘 남부로 잠입한 하마스 대원들은 무려 1천200여명을 학살하고 25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 등을 붙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당시 희생된 미국 국적자도 30명으로 9.11 테러 이후 단일 사건 미국 민간인 희생자로는 가장 컸다.

이런 하마스의 10.7 기습공격은 준비 기간만 몇 달 내지 몇 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정보당국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 정보당국은 가자지구에서 정보수집 노력을 배가했지만, 여전히 하마스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보 실패'로 불리는 하마스의 10.7 기습공격 1년후 미 정보당국의 하마스 관련 정보 수집 능력 개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전·현직 미국 관리 4명과 의원 3명, 의회 직원 3명 등을 인터뷰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수십 년 전부터 미국은 가자지구와 하마스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우선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이 정치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더 직접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가자 지구와 하마스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있어 이스라엘에 크게 의존하기 시작했다고 전직 고위 정보 관리 등은 전했다.

그 이후 미국은 특정 부대에 하마스, 서안, 가자 지구 추적 임무를 부여했지만, 임무를 맡은 부대의 규모는 다른 지역과 국가를 다루는 다른 부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한다.

미국은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정보를 활용했지만,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작전을 통해 정보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이란 관련 정보 책임자 출신으로 극단주의 대응프로젝트의 수석고문인 노먼 룰은 "우리는 이것을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라고만 불렀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정보 실패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부족으로 혹독한 상황을 겪은 미 당국은 지난 1년간 시스템을 개선하려 노력했다.

하마스의 전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무인기, 위성 및 기타 감시 도구(특정 레이더 장치 등)를 배치했고, 이를 통해 얻는 정보는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추적에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를 통해 장기간의 정보 공백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후 몇 달간 다른 지역의 갈등을 가자지구와 하마스보다 더 우선으로 고려했다는 게 관리들과 의원들의 전언이다.

이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가자 전쟁 발발 이후에도 하마스 자체에 대한 정보수집보다는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위협 등 다른 위기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우선시해왔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군 공습에 가족을 잃은 가자지구 주민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극단주의 대응프로젝트의 룰 수석고문은 "정보 커뮤니티는 방대하지만, 직원들에게 할당된 우선순위의 수도 방대하다. 정책 입안자의 꾸준한 수요가 없다면, 정보 시스템은 정책입안자의 관심이 더 큰 것으로 보이는 쪽으로 자원과 파트너에 대한 수요를 이전시킨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와 하마스보다는 더 큰 정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갈등,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미국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중국 문제에 더 신경을 써왔다는 뜻이다.

또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에 둘러싸여 외부 세계와 단절됐던 가자지구가 전쟁 발발 후 언론인은 물론 구호단체 직원도 들어갈 수 없는 더 폐쇄적인 지역이 되면서, 미국이 하마스와 가자지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도 한층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위성 및 드론 이미지와 함께 외국 정보감시법에 명시된 디지털 감시 권한을 일부 활용하는 한편 인권·구호 단체 및 지역 언론의 보고 등 공개된 자료를 정보분석에 활용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결과 가자 전쟁 1년이 지나도록 하마스 내부의 정치적 역학과 의사결정 구조 등에 대한 파악이 미진했고, 결국 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협상 타결을 위한 최적의 제안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이 제안한 인질 석방과 휴전안은 명확성이 떨어졌고,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중재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결국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국제 인질 협상 전문가이자 해외 피랍 미국인 석방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글로벌 리치의 미키 버그먼 대표는 "하마스의 협상 방식을 잘못 계산하면 우리는 결국 맞지 않는 공식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까운 시일 내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하마스의 내부 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다면 언제 전쟁 승리를 선언할지, 언제 전쟁 종료를 선언할지 등을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meola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