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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아침부터 파리지엥들 오픈런하는 매장…쇼핑 명소된 유니클로 플래그십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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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파리 오페라 플래그십 스토어 현장르포


“파리 매장은 특별하다고 해서 꼭 한 번 와보고 싶었어요.”

프랑스 파리, 평일인 지난 1일 오전 9시 55분.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극장 건물 ‘오페라 가르니에’ 건너편 석조 건물 앞에서 만난 엠마(41) 씨의 말이다. 그녀는 영국에서 패션 위크를 보기 위해 파리에 왔다고 했다.

그녀를 포함해 멀리서도 눈에 띄는 빨간색 정사각형 간판 아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바로 ‘유니클로 파리 오페라 플래그십 스토어’에 오픈런을 하려는 고객들이다. 현지에서도 보기 드문 풍경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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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파리 오페라 플래그십 스토어 입구. 고급 호텔을 연상케하는 로비를 지나 작은 계단을 오르면 매장이 펼쳐진다.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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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파리 오페라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유리 천장과 그 아래 3층 높이 전면 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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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정각이 되자 귀족들이 사는 대저택에 있을 법한 거대한 대문이 열렸다. 대기하고 있던 고객들과 함께 고급 호텔 로비를 방불케 하는 넓은 입구에 들어서니 무도회장으로 오르는 듯한 작은 계단이 나타났다.

정면에 보이는 것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유니클로 매대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유리 천장과 그에 투영된 파란 하늘, 고풍스러운 주변 건물의 모습은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몇몇 고객들은 휴대폰을 꺼내 이를 촬영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오래된 건물 특유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모던함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이 독특한 분위기의 매장은 프랑스 최초 유니클로 매장이자 최대 매장이다. 최근에는 파리 쇼핑객들이 한 번쯤 들려야 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9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천장이 막혀 있었으나 작년 9월 재단장을 하면서 천장을 유리로 바꿨는데, 덕분에 고객들은 시각적으로 탁 트인 느낌을 받는 동시에 단순한 쇼핑 장소, 그 이상의 느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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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파리 오페라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중앙에 놓인 고풍스러운 계단, 층층마다 마련된 코너들이 작은 쇼핑몰처럼 구성되어 있다.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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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층 규모인 이 매장의 압권은 뻥 뚫린 중앙 공간을 가로지른 웅장한 계단과 3층 높이의 전면 벽이다. 맨 위에 위치한 전면 스크린에선 유니클로의 캠페인 영상이 펼쳐지고 그 아래엔 베스트 상품인 ‘히트텍’이 빼곡히 진열돼 장관을 이룬다.

유니클로는 각 층마다 고객들이 유니클로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해 놓았다.

기자가 이곳에서 느낀 한국 매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마네킹들이 곳곳에 많이 놓여있다는 점이다. 난간에 주르륵 비치된 마네킹들은 유니클로가 밀고 있는 제품들이 입혀져 있었는데, 코디가 전부 다 세련됐다. 고객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룩북을 재현해 놓은 듯 보였다. 기자 역시 ‘유니클로 옷으로 이렇게나 멋진 코디를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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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곳곳에 놓인 마네킹들.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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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곳곳에 놓인 마네킹들.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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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곳곳에 놓인 마네킹들.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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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 위주인 지하 1층에서 눈에 띈 공간은 리유니클로(RE.UNIQLO) 스튜디오였다. 각종 수선은 물론 리메이크를 통해 옷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다. 찢어지고 오염되어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옷을 꿰매고 자수를 덧입혀 재탄생 시킴으로써 버려지는 수를 줄이려는 의도다.

특히 이 매장에서는 프랑스와 일본의 아티스트들이 양국 문화의 다양한 모티브를 활용해 특별제작한 자수 패턴이 있다. 이를 테면 파리 한정판인 셈이다. 환경 보호에 민감한 유럽인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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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리유니클로(RE.UNIQLO) 스튜디오 공간.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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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는 유니클로 그래픽 티셔츠인 UT(유니클로 티셔츠)의 전용 공간이 있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파리에서는 일본의 전통 및 대중문화와 관련된 디자인들이 인기라고 한다. 또 고객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티셔츠와 토트백을 만들 수 있는 ‘UTme!’ 서비스도 제공한다.

매장을 찾은 고객 반응은 어떨까. 캐시미어 니트를 살피는 젊은 여성 고객에게 유니클로를 알고 찾아왔냐고 물었다. 자신을 파리에 거주하는 레일라(34)라고 밝힌 그녀는 “명품업계에서 일하고 있어 알고 있었다”면서 “직업적으로 여러 명품들을 접하지만 유니클로는 소재 품질이 정말 좋아 명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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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UT(유니클로 티셔츠)의 전용 공간.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파리 한정판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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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니클로 매장에 처음 방문했다는 남성 고객 아르노(30)씨는 “유니클로에 대해 잘 몰랐지만 시착해 보니 품질이 좋다는 게 느껴진다”며 “평소 ‘아르켓’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데, 그와 비슷하게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매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고객들로 붐볐다. 지하 1층 계산대와 1층 무인 계산대는 구매를 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인종, 연령, 성별이 전부 다양했다.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팔겠다는 유니클로의 철학이 유럽에서도 통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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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계산대에서 구매를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을 선 모습. [파리=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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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르노 씨의 사례처럼 유니클로를 아직 모르는 유럽인들이 많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약 650조원에 달하는 유럽 패션 시장에서 유니클로의 점유율은 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H&M이나 자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갈 길이 멀다.

모리카와 타쿠 유니클로 유럽 CEO는 상반기 실적 보고회에서 “유럽은 우리가 앞으로 진출할 공간이 남아 있는 시장”이라며 보다 공격적인 확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유럽 내 유니클로 매장 개수는 76개. 유니클로는 파리 오페라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은 매장을 더 많이 늘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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